[축구]‘성적=돈’ 초등교 절반 연중합숙

  • 입력 2003년 3월 27일 17시 58분


‘초등학교 축구선수들이 굳이 합숙훈련까지 해야 하나’.

대참사로 이어진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 화재사건을 접한 많은 시민들이 품은 의문이다.

전국의 초등학교 축구팀은 284개. 한국초등학교축구연맹 김영균 전무는 “이중 합숙소를 운영하고 있는 팀은 서울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절반 가량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학교들은 방학 때만 합숙소를 운영한다는 것.

합숙소 운영 비용은 연간 1억 여원. 만만치않은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가 합숙소를 운영하는 것은 성적과 이에 따른 지원금 때문이다. 전국단위 대회만 한해 6차례 열리고 시도 단위 대회까지 합치면 한해 출전할 수 있는 대회는 10여개. 이중 가장 규모가 큰 소년체전의 경우 본선에 진출하면 훈련비만 수천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학교는 물론 지도자들까지 성적에 목을 맨다.

지난해부터 선수 이적시 해당 시도 교육감 동의서를 제출해야 하는 제도가 없어져 선수이적이 자유롭게 된 것도 합숙소 건립을 부추겼다. 대도시 팀들을 중심으로 스카우트 붐이 불었고 지방에서 온 선수들의 숙소를 마련한다는 명분으로 지난해 이후 많은 학교가 합숙소를 새로 지은 것.

그러나 천안초등학교처럼 합숙소 운영비를 전적으로 학부모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재정이 부족한 학교는 컨테이너를 개조하거나 벽돌과 슬라브를 이용한 임시건물 형태의 합숙소를 운영해왔다. 그 만큼 화재 등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밖에 없는 형편.

결국 어린이클럽팀이 활성화돼 축구를 즐기며 하는 외국과는 달리 초등학교 때부터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다그친 성적지상주의가 이번 참사를 부른 셈이다.

한편 대한축구협회와 초등학교연맹은 27일 오전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올해부터 초등학교 합숙소 운영을 자제해 줄 것을 각 학교에 권고키로 했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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