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30·텍사스 레인저스)가 희망적인 메시지를 남기고 2003메이저리그 시범경기를 마쳤다.
3일 시범경기 첫 등판인 밀워키 브루어스전에서 2이닝 6안타 5실점으로 22.5까지 평균자책이 올라갔던 박찬호는 28일 마지막 경기인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서의 호투로 평균자책을 6.98로 떨어뜨렸다. 최근 3경기의 잇따른 호투가 발판이 된 셈.
박찬호는 이날 캔자스시티전에서 선발 5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잡아내며 4안타 4볼넷 2실점으로 비교적 호투, 팀의 7-5 승리를 이끌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 때문에 제구력이 다소 흔들렸으나 변화구를 적절하게 섞는 요령있는 피칭으로 상대타선을 막아냈다. 투구수는 97개였고 최고스피드는 148㎞.
정규시즌을 코앞에 두고 박찬호의 페이스가 상승궤도에 들어섰다는 것은 청신호. 그는 시범경기 초반 2경기에서 난타당하며 실망감을 안겨줬으나 18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과 23일 애너하임 에인절스전에 이어 28일 캔자스시티전에서도 5회까지 2점 이내로 막는 피칭으로 3연승을 따냈다.
그를 개막전 선발이 아닌 2선발로 돌린 텍사스의 벅 쇼월터 감독도 “효과적인 피칭을 하고 있다. 막판 3경기에서 (박찬호가) 긍정적인 전망을 갖게 만들었고 정규시즌까지 이 모습이 이어지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초반 우직스럽게 직구만을 고집하던 박찬호는 최근 변화구 비율을 부쩍 늘렸다. 이날도 97개의 투구수 가운데 변화구 비율이 50%가 넘었다. 박찬호는 ‘구속은 스프링캠프 초반이나 지금이나 비슷한데 최근 타자들이 못치는 이유는 뭔가’라는 질문에 “초반엔 90% 이상 직구만 던졌고 갈수록 변화구와 체인지업을 섞어 던져 효과를 보고 있다”고 답했다. 직구의 위력은 예전 같지 않지만 커브와 체인지업은 갈수록 예리해지고 있다.그는 “걱정도 많았고 준비도 많이 했는데 보람있게 끝났다. 이제 시작이다”라고 스프링캠프를 마감한 소감을 밝혔다.시범경기에서 3승무패에 평균자책 6.98을 기록한 박찬호는 다음달 2일 낮 12시부터 열리는 애너하임과의 정규시즌 두 번째 경기에 첫 선발등판한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되찾은 ‘하이 키킹’… 강속구 부활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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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의 ‘하이 키킹(High Kicking)’이 부활한다.
박찬호는 28일 캔자스시티전에서 투구시 왼 무릎을 가슴높이까지 쳐올리는 ‘하이 키킹’으로 투구를 했다. 18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서 처음 시도한 뒤 3경기 연속 이 투구폼을 유지했다. 공교롭게도 박찬호는 초반 부진에 빠졌다가 ‘하이 키킹’을 시도한 3경기에서 모두 이겼다. 그는 “올해 이 투구폼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허벅지 부상 뒤 왼발의 스트라이드를 줄이고 오른발을 꼿꼿이 세우는 형태로 한차례 투구폼을 바꾸기도 했던 박찬호가 또다시 투구폼을 바꾼 것은 예전의 강속구를 되찾기 위한 노력.
벅 쇼월터 감독은 “지난해 박찬호는 투구시 오른발의 축이 무너지는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공끝의 위력이 살아나지 않았다는 것. 이에 박찬호는 스프링캠프에서 오렐 허샤이저 투수코치와 함께 ‘하이 키킹’을 집중연구했고 오클랜드전에서 첫선을 보였다.
‘하이 키킹’은 역대 메이저리그 최다인 5715탈삼진 기록을 갖고 있는 전설적인 ‘텍사스 특급’ 놀란 라이언의 트레이드 마크. 그를 우상으로 삼고 있는 박찬호는 LA다저스에 입단한 뒤 마이너리그에서 ‘하이 키킹’으로 투구한 적이 있다.
박찬호는 최근 스프링캠프에서 놀란 라이언을 직접 만나 ‘하이 키킹’에 대한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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