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고의 슈터로 이름을 날린 ‘슛도사’ 이충희 감독(45·사진). 2월말 모교 고려대 사령탑에 부임한 그가 설레는 마음으로 감독 데뷔전을 치른다. 1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막하는 2003 MBC배 전국대학농구대회 명지대전이 그 무대다.
고려대 77학번으로 대학 졸업 후 22년 만에 모교에 컴백한 이 감독은 “무엇보다도 대학생다운 패기와 강인한 정신력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선수들과 호흡을 맞춘 지 한 달여 동안 오전 오후로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한 그는 프로농구 LG 세이커스 감독 시절 강조했던 수비 농구를 집중적으로 주문했다. 개인기가 떨어지는 선수들에게 수비와 공격의 비중을 7대3 정도로 요구하면서 끈질긴 대인 방어 위주의 전술을 가르쳤다. 이 감독은 “프로에 있을 때와 달리 일일이 지도해야 하고 직접 하나하나 시범을 보여야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선수와 지도자로서 화려한 경력을 쌓은 이 감독은 줄곧 정상을 질주해 왔지만 캠퍼스 코트에서는 하얀 종이에 밑그림부터 다시 그려야 될 처지. 최근 스카우트 실패와 부상 선수 속출로 2개 대회에서 연속 예선 탈락하는 수모를 당한 고려대 농구를 되살려야할 책임을 지고 있는 것.
스타 출신 이 감독의 부임은 침체된 고려대 농구부에도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패배의식에 젖어 있던 선수들도 한번 해보자는 의욕에 차있다. 팀 내 적응 실패로 2년 가까이 운동을 쉬었던 경복고 출신의 정상헌은 이 감독 밑에서 농구를 배워보겠다며 코트에 복귀하기도 했다.
“고려대 농구가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눈앞의 성적보다는 멀리 내다보겠습니다. 올 가을 연세대와의 정기전을 승리로 이끈 뒤 우리 팀이 단 한번도 우승하지 못한 겨울 농구대잔치에서 헹가래를 받는 게 1차 목표입니다..”
이번 대회에는 고려대를 비롯해 5개 대회 연속 우승을 노리는 연세대, 경희대 한양대 등 11개 팀이 출전, 토너먼트와 패자 부활전을 통해 시즌 첫 대학 농구 최강자를 가린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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