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빅리그는 ‘잠수함의 무덤’이라고?

  • 입력 2003년 4월 2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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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현(24·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은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두 가지 ‘금기사항’에 도전한다.

첫번째는 마무리투수에서 선발로 전환하는 것.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언더핸드스로 투수가 선발로 뛰는 것. 둘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희귀하다. 마무리의 선발전업은 2001년 24세이브를 거둔 보스턴 레드삭스의 데릭 로가 지난해 선발로 21승(8패)을 거둔 게 가장 최근의 성공케이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잠수함 선발’은 김병현이 유일하다. 역대 빅리그 잠수함 투수와 그들이 살아남기 힘들었던 이유를 알아본다.≫

#잠수함 투수의 계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언더핸드스로 투수로는 4명이 꼽힌다. 1915년부터 15년간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 신시내티 레즈에서 뛰었던 칼 메이스는 ‘잠수함의 원조’. 선발과 마무리를 겸했던 그는 5차례나 20승 고지에 올랐으며 개인통산 207승126패 31세이브에 평균자책 2.92를 기록한 대투수였다. 몸쪽 위협구 던지기를 즐겼던 메이스는 1920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에서 상대타자 레이 채프먼의 머리를 맞춰 메이저리그 사상 처음 투구사망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선발이 주임무였던 메이스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구원투수.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반 전성기를 이뤘던 켄트 테컬브(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16년간 94승90패 184세이브 평균자책 2.85를 거뒀다. 테드 애버나티(전 신시내티 레즈)는 67년 신시내티에서 70경기에 등판, 홈런을 단 1개밖에 맞지 않고 6승3패 28세이브에 평균자책 1.27의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개인통산 성적은 14년간 63승69패 148세이브에 평균자책 3.46.

79년 메이저리그에 입문, 12년간 뛴 댄 퀴젠베리는 짧은 기간에 굵은 족적을 남긴 ‘잠수함’ 투수로 평가된다. 그는 130㎞대 후반의 빠르지 않은 공을 갖고도 자로 잰듯한 컨트롤로 빅리그를 평정했다. 세차례나 구원왕에 올랐고 85년에는 소속팀 캔자스시티 로열스를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올려놨다. 83년엔 45세이브로 메이저리그 최다세이브기록까지 경신. 12시즌 동안 674경기에 등판, 56승46패 244세이브에 평균자책 2.76을 거둔 퀴젠베리는 최근 30년간 가장 뛰어났던 구원투수로 꼽힌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선 김병현과 함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마이크 마이어스(왼손) 정도가 완전히 밑에서 던지는 언더핸드스로 투수고 올란도 에르난데스(몬트리올 엑스포스)와 케빈 브라운(LA다저스), 데이비드 콘(뉴욕 메츠), 랜디 존슨(애리조나)은 사이드암과 오버스로의 중간인 ‘스리 쿼터’로 공을 던진다.

#과연 잠수함은 안 통할까

메이저리그에서 잠수함투수가 생존하기 어려웠던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밑에서 던지는 투수들은 위에서 내리 꽂는 정통파보다 스피드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빅리그같이 힘있는 타자들이 많은 무대에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스피드. 그러기에 공이 빠르지 않은 잠수함들은 버텨내기 힘들었다.

빅리그에 왼손타자와 왼손 오른손을 번갈아 치는 스위치 타자가 즐비한 것도 이유가 된다. 일반적으로 밑에서 던지는 투수에겐 좌타자가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잠수함투수 대부분이 오른손잡이여서 공을 볼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우타자보다 많기 때문. 메이저리그 각 팀엔 좌타자만으로도 타순을 구성할 수 있을 정도로 왼손과 스위치타자가 많아 잠수함의 효용가치가 떨어진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통념일뿐이다. 댄 퀴젠베리는 빠르지 않은 공으로도 성공을 거뒀고 칼 메이스는 부동의 선발투수로 꾸준히 활약했다. 김병현은 상하좌우로 변하는 다양한 구질을 갖고 있는데다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까지 갖고 있다. 그는 “잠수함도 선발로 잘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고 말한다. 김병현은 꿈을 실현시킬 수 있을까. 5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이 그 첫 걸음이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메이저리그의 기인 46세 투수… 1할대 홈런타자… 無보크…


개막전 등록 선수만 30개팀 750명에 이르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는 그 숫자 만큼이나 다양한 기인(奇人)들이 포진돼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선수는 4월21일이면 만 46세가 되는 ‘할아버지 투수’ 제시 오로스코. 지난달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1년간 80만달러에 계약한 그는 브루스 보치 감독과 81,82년 뉴욕 메츠에서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던 사이. 지미 카터가 대통령일 때부터 선수생활을 한 그에게 샌디에이고는 7번째 팀. 시즌으로는 24년째가 된다.

그렇다고 오로스코가 연봉만 축내는 선수라고 생각하면 실례다. 원포인트 전문 왼손투수인 그는 지난해 LA다저스에서 56경기에 등판, 1승2패에 평균자책 3.00의 괜찮은 성적을 거뒀다. 통산 성적은 85승78패 142세이브에 평균자책 3.04. 23년간 1187경기에 등판했고 이중 1183경기가 구원등판으로 메이저리그 최다 구원등판기록 보유자이기도 하다. 올해도 왼손타자를 상대로 위기의 순간에 투입될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오로스코는 “야구는 즐거움이자 삶 자체다. 나의 왼팔은 아직도 건재하다. 날 원하는 팀이 있는 한 계속 현역으로 뛸 생각”이라고 말한다.

이에 비해 10대 중반에 LA다저스에 불법 입단해 말썽을 빚었던 3루수 애드리안 벨트레는 올해 불과 24세의 나이에 빅리그 6년을 채워 겨울이면 자유계약선수가 된다.

빅리거라면 아무리 교타자라도 두자리수 홈런은 쳐야 한다는 불문율은 루이스 카스티요(27·플로리다)에겐 통하지 않는다. 96년 데뷔한 그는 7년간 홈런은 한해 평균 1개꼴인 8개에 그쳤다. 그런데도 카스티요는 팀에선 없어선 안될 부동의 톱타자. 통산 790안타를 날렸고 지난해에도 홈런은 2개지만 타율 0.305에 185안타 48도루를 기록했다. 타점은 39개.

반면 은퇴한 마크 맥과이어는 2001년 1할대 타율(0.187)에 29홈런을 터뜨리는 진기록을 작성했다. 지난해 배리 본즈가 149안타중 46홈런을 비롯, 2루타 이상만 절반이 넘는 79개를 날린 것과도 대조적. 본즈는 안타보다 훨씬 많은 198개의 볼넷을 얻었고 타율 0.370에 장타력은 두배가 넘는 0.799였다.

훌리오 프랑코(42·애틀랜타)가 개막전 엔트리에 오른 것도 관심을 끈다. 87년 데뷔해 텍사스 시절인 90년 올스타 MVP, 91년 아메리칸리그 타격왕에 올랐던 그는 97년 은퇴한 뒤 2000년 국내의 삼성에서 뛰기도 했지만 멋진 재기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125경기에 나가 타율 0.284에 96안타를 기록했다.

랜디 존슨과 원투펀치를 이루고 있는 애리조나 커트 실링의 짠물 투구도 인상적이다. 그는 7년간 보크가 없었으며 지난해엔 36경기 259와 3분의1이닝에서 볼넷은 33개만 내줘 9이닝당 볼넷 허용률이 1.2개에 그쳤다. 반면 9이닝당 탈삼진은 무려 11개.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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