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지머리’ ‘그라운드의 튀는 패션’ 등 숱한 수식어가 따라다녔던 김병지의 머리. 지난 8년 동안 갖가지 색으로 물들여 고이고이 길렀던 그 트레이드마크를 김병지가 지난달 31일 싹둑 잘라버렸다. 노란색만 아니면 꼭 올 군에 입대한 ‘이동국 머리’다.
“훈련도 열심히 했고 몸 상태도 좋은데 경기가 계속 안 풀려요.”
지난달 23일 개막전에서 김병지는 안양 LG에 무려 4골이나 내줬다. 사흘 뒤 울산 현대전에선 2-1로 이겼으나 공중볼 처리는 여전히 불안했다. 30일 부산 아이콘스전에서는 센터링의 바운드를 제대로 맞추지 못해 결승골을 허용했다. 3경기에 7골이라면 내로라하는 골키퍼로선 부끄러운 기록. 그래서인지 2일 대전 시티즌전엔 아예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프로 12년동안 성적부진으로 엔트리에서 빠지기는 이번이 처음.
“대표팀과 연계해서 생각하지 마십시오. 조만간 다시 살아날 겁니다.”
2002월드컵 때 주전으로 뛰지 못했고 움베르토 쿠엘류 감독의 부름도 받지 못해 슬럼프에 빠졌느냐는 질문에 그는 펄쩍 뛰었다.
최순호 포항 감독은 “병지가 요즘 왜 그런지 모르겠다. 주지 않아도 될 골을 실수로 내주고 있다”며 “좀 쉬면 괜찮을 것”이라고 애써 자위했다. 그의 부진을 두고 일부에서는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까지 내놓은 상태.
그렇다면 김병지가 머리를 자른 이유는 분명해진다. 그의 성격으로 봐서 주위의 손가락질은 참기 힘들었을 터.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다짐처럼 김병지의 삭발은 국내 최고의 수문장 자리를 되찾기 위한 자신과의 약속일 것이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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