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코리안 빅리거 초반성적 ‘극과 극’

  • 입력 2003년 4월 7일 17시 43분



박찬호(30·텍사스 레인저스)의 두 번째 피칭도 ‘재앙’에 가까웠다.

미국 진출 6년 만에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로 나선 서재응(25·뉴욕 메츠)도 그리 강한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하지만 최희섭(24·시카고 컵스)만은 여전히 큰 희망이었다.

7일 ‘동시출격’한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박찬호의 등판에 앞서 2시간 먼저 스타트를 끊은 뉴욕 메츠의 서재응. 지난해 1이닝만 던진 뒤 다시 마이너리그로 돌아간 게 빅리그 기억의 전부였던 서재응은 뉴욕 셰이스타디움에서 열린 몬트리올 엑스포스전에 선발로 나섰다.

콧수염과 턱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채 마운드에 오른 그는 “칠 테면 쳐 보라”는 듯 초반부터 씩씩하게 공을 뿌렸지만 4와 3분의 2이닝 동안 10안타를 맞고 3실점했다. 나중에 메츠가 경기를 뒤집는 바람에 패전을 면한 게 다행. 몬트리올이 재역전해 8-5로 이겼다.

서재응은 볼넷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공격적인 피칭을 했지만 최고구속이 146㎞에 그쳤고 구질도 단순하다는 게 드러나 계속 제5선발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개막전에서 최악의 피칭을 선보였던 박찬호는 이날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도 실망감을 안겨줬다. 출발은 좋았다. 시애틀의 선두타자 이치로와 윈을 변화구로 연속 삼진처리했다. 하지만 3번 마르티네스에게 커브를 던지다 중월 홈런을 맞은 게 신호탄. 2회 볼넷 뒤 2연속 안타로 1점을 더 줬고 3회에도 2개의 몸에 맞는 공과 볼넷을 내주는 등 제구력이 흔들리며 2실점했다.

4회 선두 이치로에게 오른쪽 안타를 맞자 텍사스의 벅 쇼월터 감독은 주저 없이 마운드로 올라가 박찬호의 손에 있던 공을 넘겨받았다. 알링턴 구장에 모인 홈팬들의 야유 속에 강판당한 그의 얼굴엔 좌절과 당혹감이 가득 찼다. 선발 3이닝 동안 피안타 5개와 4사구 5개로 4실점하며 2연패. 텍사스는 2-11로 대패했다.

박찬호가 2연패로 시즌을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선발투수로 고정된 뒤 2게임 연속 3이닝 이하를 던지고 강판된 것도 처음 있는 일. 올 시즌 2경기에서 5와 3분의 2이닝 동안 11안타 10실점으로 평균자책이 15.88에 달한다. 이날 박찬호는 개막전 때 선보였던 하이키킹을 포기하고 종전 투구폼으로 돌아가 많은 혼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줬다. 최고스피드는 148㎞.

경기가 끝난 뒤 박찬호는 “몸 상태는 좋았다. 몇 개의 실투가 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고 쇼월터 감독은 “참을성을 갖고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반면 컵스의 최희섭은 기분 좋은 안타행진을 이어갔다. 신시내티 레즈전에 선발출전한 최희섭은 2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으로 4경기 연속안타를 기록했다. 시즌타율은 0.333(12타수 4안타). 최희섭은 7득점으로 내셔널리그 득점랭킹 2위에 올라 있다. 컵스는 4-5로 역전패.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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