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의 앳된 모습으로 출전한 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여자 3000m에서 메리 데커(미국)와 발이 엉켜 7위에 머문 ‘비운의 스타’ 버드. 이제 세 아이의 어머니가 된 그가 13일 열리는 런던마라톤에 출전한다.
버드는 1980년대 초반 맨발로 세계 여자육상 중장거리 부문을 석권한 스타. 그는 당시 인종차별 정책을 고수한 남아공 출신이라는 이유로 올림픽 출전이 금지되자 영국 국적을 취득해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출전했다.
당시 데커와 버드는 나란히 우승후보. 데커가 트랙에 넘어져 금메달이 날아가자 미국의 일부 언론은 ‘버드가 고의로 발을 걸었다’며 흥분하기도 했다.
버드는 최근 이와 관련해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후의 나는 요즘의 ‘오사마 빈 라덴’ 같은 존재였다”고 회고했다.
버드는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이후 영국 국적을 취득하기 전 남아공 선수로 뛴 게 밝혀지면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으로부터 출전금지 처분을 받고 은퇴, 89년 백만장자인 마이크 피터스와 결혼했다. 91년 출전금지 처분이 철회되자 92년 미국 애틀랜타올림픽 3000m에 재도전했지만 예선 탈락.
지난해 마라톤에 입문한 버드는 올 2월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하프마라톤에서 1시간20분대 기록으로 우승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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