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가 ‘족집게 강사’라면 쿠엘류는 ‘가정교사’=히딩크 감독은 사실상 1년6개월 동안 선수들과 합숙하며 선수들의 본성까지 자기 색깔에 맞게 바꿔버렸다. 반면 쿠엘류 감독은 A매치(국가대표팀간 경기) 사흘 전에야 선수들을 소집할 수 있었다. 시간이 부족한데도 쿠엘류는 히딩크처럼 선수들의 본성까지 바꾸려하고 있다.
한마디로 히딩크가 코앞에 닥친 시험(월드컵)을 앞두고 모셔온 ‘족집게 강사’라면 쿠엘류는 정상적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의 ‘가정교사’나 마찬가지. 이젠 학교생활을 희생하며 합숙 훈련을 하기가 힘들다. 어디까지나 학생의 학교 공부를 도와주며 실력을 키워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 한일전 일주일전에 대표팀을 소집했으나 일부 프로팀의 거부로 훈련을 취소한 것이 그 좋은 예.
▽옷에 몸을 맞출 것인가, 몸에 옷을 맞출 것인가=가장 많은 지적을 받는 것은 원톱 운용. 이용수 KBS해설위원과 신문선 SBS해설위원은 “과연 현재 원톱을 맡을 만한 선수가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원톱은 빠른 움직임으로 동료 선수에게 공간을 확보해 주고 미드필더에서 올라온 공을 전후좌우로 갈라주는 등 1인 2역을 해야 하는데 최용수나 이동국 우성용의 경우 역부족이라는 것.
포백수비라인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같은 포백라인을 쓰면서도 일본은 중앙의 2명을 처지게 배치해 오프사이드 트랩을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한국은 수비라인을 일자형으로 배치, 일사불란한 전진과 후퇴로 강한 압박을 구사한다. 때문에 체력부담이 커지고 단 한번의 실수가 실점으로 연결된다는 지적.
▽쿠엘류 축구의 생존법은?=신문선 위원은 “한국 축구의 현실을 먼저 파악한 뒤 새롭게 시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축구의 색깔에 자신의 색깔을 덧씌워 나가는 게 합리적이라는 설명.
이용수 위원은 “쿠엘류 감독이 프로 감독들의 도움을 받아 대표팀 전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지 않으면 자신만의 색깔을 내기 힘들 것”이라고 주문했다.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은 “쿠엘류 감독이 선수파악이 덜 된 것 같다. 아직은 지켜봐야 할 때”라고 했고 안양 LG 조광래 감독은 “먼저 프로 구단의 훈련장을 찾아 선수들을 파악하거나 프로리그를 보며 선수를 발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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