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여자마라톤 얼마나 더 빨라질까?

  • 입력 2003년 4월 18일 17시 50분


남녀차가 가장 적은 스포츠로 손꼽히는 마라톤. 학자들은 여자마라톤 세계최고기록이 2030년 이내에 2시간7,8분대까지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2001에드먼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각국의 여자마라토너들이 힘차게 달리는 모습.동아일보 자료사진
남녀차가 가장 적은 스포츠로 손꼽히는 마라톤. 학자들은 여자마라톤 세계최고기록이 2030년 이내에 2시간7,8분대까지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2001에드먼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각국의 여자마라토너들이 힘차게 달리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남자와 여자 마라톤 기록 차가 마침내 10분 이내로 좁혀졌다.

지난 13일 런던마라톤 여자부에서 폴라 래드클리프(영국)가 2시간15분25초의 세계최고기록으로 우승, 남자최고기록(할리드 하누치·미국·2시간5분38초)에 9분47초차로 접근한 것.

최근 여자마라톤 기록 단축 추세는 경이롭다. 5년 새 무려 5분22초나 단축됐다. 이런 추세라면 남자 기록에 7,8분이내로 접근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과연 마라톤에서 여성은 얼마나 더 빨리 달릴 수 있을까.

●마라톤은 남녀차가 가장 적은 스포츠

단거리등 빠르게 이동하는 운동이나 높이뛰기 등 중력과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운동은 남녀의 성차(性差)가 뚜렷하다. 역삼각형 신체구조를 가진 남성은 무게중심이 위쪽에 있고 정삼각형 신체구조의 여성은 무게중심이 아래쪽에 있기 때문에 스피드나 순발력에서 남자가 앞설 수밖에 없기 때문.

그러나 마라톤은 남녀 성차가 가장 적은 스포츠중의 하나다. 여자는 남자보다 체내에 소모할 수 있는 지방을 더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 남자는 또 본능적으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쓸데없이 에너지를 소모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마라톤에서는 마이너스. 반면 여자선수들은 편안한 페이스를 찾아 이를 꾸준히 유지한다. 그만큼 에너지 소비가 적다는 얘기. 또한 여자는 체격이 작아 남자보다 땀을 적게 흘리면서도 몸의 열을 식힐 수 있다. 남자보다 적은 에너지로 오래 뛸 수 있다는 얘기다.

●얼마까지 따라 잡을 수 있을까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이종각박사는 “스포츠생리학자들은 2030년까지 남자마라톤은 2시간대 안으로, 여성은 2시간10분대 안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그 차는 7,8분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여성도 2시간7,8분대에 달릴 수 있다는 것.

생리학자들은 “신체구조상 마라톤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10%정도 느린 게 정상”이라고 분석한다. 현재 남자 최고기록을 기준으로 하면 2시간18분28초정도가 여자최고기록이 돼야 하는 셈. 만약 남자최고기록이 2시간이라면 여자는 2시간12분대가 된다.

그러나 요즘과 같은 추세라면 남자보다 7∼8%정도 느린 선까지 가능하리라 보는 학자들도 많다. 최근 캘리포니아주립대학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여자 마라톤은 1분당 주파거리를 14m, 남자 마라톤은 그의 절반인 7m를 늘렸다.

●과학적 훈련, 쉬운 코스도 일조

요즘 마라톤 훈련은 현대 스포츠과학의 집대성이다. 고지훈련, 식이요법, 웨이트트레이닝 , 수중달리기, 시뮬레이션 훈련 등 모든 게 동원된다. 게다가 코스도 갈수록 평탄하고 쉬운 코스로 바뀌고 있다. 여기에 래드클리프 경우처럼 여자 마라토너의 신체구조가 점점 남자와 비슷해져 간다. 그만큼 스피드를 낼 수 있다는 얘기.

여자마라톤이 정식 채택된 것은 1984년 LA올림픽에서부터. 당시 우승기록은 조안 베노이트(미국)의 2시간24분52초로 당시 남자세계최고기록 스티븐 존스(영국)의 2시간8분5초와 16분47초차였다. 그것이 19년만에 10분이내로 좁혀졌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어쩌면 남자마라톤의 2시간대 진입보다 여자마라톤의 2시간10분대 진입이 더 빠를 가능성이 크다.

이종각박사는 “여자마라톤의 2시간10분대 진입은 10년안에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화성기자 mars@donga.com

▼여자 마라톤 최고기록 래드클리프“나는 아직도 최고기록에 목마르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더 빨리 뛸 수 있었는데…”

지난 13일 2003런던마라톤 여자부에서 2시간15분25초의 경기적인 기록으로 우승한 폴라 래드클리프(29·영국). 결승선을 통과한 뒤 그의 첫마디는 “아쉽다”였다. ‘괴물’이 따로 없었다. 지난해 런던마라톤에서 2시간18분56초로 마라톤에 데뷔해 그해 10월 시카고마라톤에서 2시간17분18초로 세계 최고기록을 갈아치운 뒤 6개월만에 이를 다시 1분53초나 앞당긴 것.

―1년 만에 기록을 3분31초나 단축했는데…

“내가 낼 수 있는 최고기록까지 도달했다고 하긴 이르다. 나도 아직 나를 모르기 때문이다.”

―기록 단축 비결은 무엇인가.

“나는 뛰는 것을 즐긴다. 예전에 학교에서 집까지 35분을 뛰어다녔다. 그 기분으로 지금도 달린다.”

―훈련은 어떻게 했나.

“나는 긴 거리를 많이 뛰지 않는다. 주로 5km와 10km 훈련에 집중하며 가끔 30∼40km를 뛰는 게 전부다. 2001년부터는 맥스 존스 코치에게 특별 웨이트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그는 프랑스 남부와 에티오피아에서 고지훈련을 한다. 이번 런던마라톤을 앞두고는 미국의 앨버커키에서 두 달동안 강도 높은 고지훈련을 했다.

―케냐 남자 선수 8명이 페이스메이커로 뛰었는데…

“함께 뛰는 사람이 있다는 게 도움도 되기도 했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있다.”

―내년 아테네올림픽까지 마라톤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렇다. 8월 세계선수권에도 1만m에만 참가할 생각이다. 올림픽 때 마라톤을 뛸 지 1만m을 뛸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무덥고 공기가 나쁜 아테네에서 마라톤을 하는 게 부담스럽다.”

런던=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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