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돌풍’이 아니라 ‘태풍’ 급이다.
요즘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두 명의 동양인 타자 최희섭(24·시카고 컵스)과 마쓰이 히데키(29·뉴욕 양키스). 미국의 동부, 시카고와 뉴욕에선 온통 이들에 관한 얘기뿐이다. 시카고 리글리필드에 가면 경기 때마다 ‘빅 초이’ 플래카드가 사방에 나붙어 있다. 양키스팬들은 고질라 인형을 들고 양키스타디움을 찾는다.
올 시즌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의 강력한 신인왕 후보들로 메이저리그를 강타하고 있는 두 선수를 비교해 본다.
● 엘리트 VS 서민
마쓰이는 ‘왕자’로 소문나 있다. 항상 최고의 길을 걸어왔으니 ‘왕자병’에 걸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일본 국민 70%가 팬이라는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거쳐 메이저리그 최고명문인 뉴욕 양키스 입단. 그래서 마쓰이는 일본에선 ‘국민타자’로 통한다.
타격폼도 오만하다. 가슴에 조용히 방망이를 모으고 상대투수를 날카롭게 노려보는 그의 타격자세를 지켜보고 있으면 위압감이 느껴진다.
반면 최희섭은 ‘순박한 시골청년’ 모습이다. 덩치는 태산 같지만 ‘귀여운 곰’을 연상시킨다. 투박한 말투와는 달리 얼굴엔 항상 웃음이 그득하다. 그와 5분만 얘기하면 24세 청년의 순수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마쓰이와 달리 최희섭은 미국 프로야구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갔다. 99년 시카고 컵스에 스카우트된 뒤 4년간 마이너리그에서 실력을 갈고 닦았다. 마이너리그의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자랐다. 그는 “햄버거라면 이제 신물이 넘어올 정도”라고 말한다.
● 힘 VS 힘
최희섭의 별명은 ‘빅 초이(컵스의 더스티 베이커감독이 지어준 것)’, 마쓰이의 별명은 ‘고질라’. 별명이 말해주듯 둘은 파워배팅을 구사하는 슬러거들이다. 포지션도 1루수(최희섭)와 외야수(마쓰이). 1루수와 외야수는 한 시즌 30홈런 100타점을 올리는 선수들이 차지하는 수비위치다. 동양인 타자들이 나란히 주전자리를 차지한 것만도 대단하다.
21일 현재 둘의 타격성적을 살펴보면 최희섭은 장타율(0.675)과 홈런 수(4개)가, 마쓰이는 타율(0.314)과 타점(19)이 앞선다. 큰 것 한방 때려내는 능력에선 최희섭이, 찬스에 강한 면에선 마쓰이가 한수 앞서있다고 볼 수 있다.
이들 중 누가 올 시즌 더 나은 성적을 거둘 지는 아직 판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24세 한국 ‘풋내기’가 일본 최고 타자와 경쟁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놀랍다. 최희섭은 21일 CBS스포츠라인이 조사한 포지션 랭킹에서 토드 헬튼(콜로라도 로키스), 제프 배그웰(휴스턴 애스트로스), 카를로스 델가도(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이어 1루수 부문 4위에 올랐다. 마쓰이는 좌익수 부문 14위.
최희섭과 마쓰이 | ||
최희섭(24·시카고 컵스) | 선수(나이·팀) | 마쓰이 히데키(29·뉴욕 양키스) |
1m95, 110㎏ | 신체조건(키,몸무게) | 1m88, 95㎏ |
1루수 | 포지션 | 좌익수 |
빅초이 | 별명 | 고질라 |
좌투좌타 | 투타 | 우투좌타 |
14경기 타율 0.300(40타수 12안타) 4홈런 2루타 3개 11타점 15볼넷 14삼진 장타율 0.675 | 올 시즌 성적 | 17경기 타율 0.314(70타수 22안타) 2홈런 2루타 6개 19타점 8볼넷 8삼진 장타율 0.486 |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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