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밤을 하얗게 샜다. 박찬호 때문에 뻗칠 대로 뻗쳤던 분통을 서재응이 어느 정도 식혀주긴 했지만 기대했던 1승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분주하게 리모컨을 누른 덕분에 박세리의 극적인 역전 우승을 함께 한 보람이 있었다.
각설하고, 메이저리그 중계를 볼 때마다 느낀 점을 소개한다. 이날도 ESPN의 자막에는 희귀한 기록들이 쏟아져 ‘보는 재미’를 더했다. 양키스의 버니 윌리엄스가 스위치 타자로선 통산 타율 2위를 달리고 있고 텍사스의 루빈 시에라는 91년 이후 13년째 몸에 공을 맞지 않았다는 등이 그것이다.
별로 뽑기 어려워 보이지는 않는 기록이지만 국내 중계에선 접하기 힘든 것임에 분명하다. 그러고 보니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아직도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한참 뒤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KBO는 시즌 초 기아의 선발투수가 개막전부터 5경기 연속 선발승을 거뒀을 때 역대 한 시즌 팀 최다 선발승 기록을 끝내 뽑아주지 않았다. 지난 달 한화가 현대와의 시범경기에서 계투작전으로 노히트노런을 작성했을 때 국내 최초의 진기록이란 것을 알아내기 위해 21년간의 기록지를 일일이 뒤져야 했다.
야구가 기록경기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 타 종목과는 비교도 안되는 다양한 기록이 있기에 야구가 색다른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KBO는 국내에서 타 종목에 비해 월등한 전산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데만 만족하지 말고 달리는 말에 더욱 더 채찍을 가해야 한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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