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7일)은 컵스 구단 역사상 최고 루키로 불리는 ‘코리안 빅맥’ 최희섭의 날. 그러나 최희섭은 이 특별한 날에 벤치를 지켜야 했다. 밀워키 브루어스의 왼손 선발 글렌던 러시가 완투했기 때문. 에릭 캐로스(36)가 4번 1루수로 선발 출장한 반면 최희섭은 9회 대수비수로 잠깐 등장했다. 컵스가 2-1로 승리했지만 컵스 홈구장 리글리필드를 찾은 많은 교민과 한국 취재진은 허탈감에 빠졌다.
이 해프닝은 더스티 베이커 감독의 억척스러운 원칙주의에서 비롯됐다. 오른손 투수에겐 왼손 최희섭을, 왼손 투수에겐 오른손 캐로스를 선발 출장시킨다는 ‘플래툰 시스템’이 그것. 시즌 개막 후 40일 가까이 지난 8일 현재 플래툰 시스템의 중간평가를 내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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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잘했나
겉으로 드러난 타격 성적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최희섭은 장타력과 선구안에서, 캐로스는 타격의 정교함에서 앞선다. 둘 다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최희섭은 팀 내 홈런 1위(6개), 볼넷 2위(21개), 타점 3위(17개)에 올랐고 캐로스는 타율(0.367)과 출루율(0.466)에서 톱을 달리고 있다. 장타력과 출루율을 합한 OPS에선 최희섭(1.054)이 1위, 캐로스(0.976)가 3위에 랭크됐다.
#숨은 실력은?
팀 공헌도에선 최희섭이 한 수 위다. 최희섭은 타점 3위에 득점도 5위(18개)인 반면 캐로스는 최희섭과 같은 안타(18개)를 치고도 3타점과 5득점에 머물러 있다. 최희섭이 타율(0.261)은 낮지만 꾸준한 성적을 거둔 반면 캐로스는 이날 4타수 3안타를 비롯해 최근 5경기에서 12타수 8안타의 몰아치기를 했다.
수비와 주루에서도 최희섭의 판정승. 느림보 캐로스와 달리 최희섭은 거구(1m95, 115㎏)에 어울리지 않는 빠른 발(12초/100m)로 도루(1개)는 물론 1루 수비에서 인상적인 호수비를 여러 차례 펼쳤다.
#베이커의 행복한 고민
‘900만달러와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인 30만달러.’ 베이커 감독의 고민이 함축된 표현이다. 선수의 관록을 높이 사는 베이커 감독은 지난 겨울 부임하면서 신인 최희섭에게 모든 것을 거는 도박을 하지 않았다. 대신 나이는 많지만 92년 신인왕 출신으로 지난해까지 통산 270홈런을 때린 캐로스를 영입했다.
문제는 최희섭이 시즌 초부터 예상을 깨고 너무 잘하고 있다는 점. 거액을 투자한 캐로스를 쓰지 않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최희섭을 벤치에 놀릴 수도 없다.
#그래도 종착역은 최희섭
최근 일부에서 제기된 캐로스 재트레이드설은 구단과 베이커 감독의 생각을 대변해 준다. 3루수 마크 벨혼의 타격 부진이 계속되자 캐로스를 주고 쓸 만한 3루수를 데려오겠다는 것.
최희섭이 ‘컵스의 미래’라는 사실은 지난달 피츠 제럴드 구단주가 주관한 파티에 초청된 6명의 선수 명단에 최희섭이 당당히 끼였던 것이 잘 대변해 준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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