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LG 사이드암스로 불펜투수 전승남(29). 그는 홈런타자도 아니고 불같은 강속구를 뽐내는 선발투수도 아니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 가는 것은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
전승남은 8일 한화와의 연속경기 1차전에 7회 중간 계투로 등판, 2와 3분의2이닝동안 무실점으로 막아내 올 시즌 32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경기까지 포함하면 33과 3분의 2이닝 무실점 행진.
이 부문 최고 기록은 선동렬이 86년 8월27일부터 87년 4월12일까지 세운 49와 3분의 2이닝. 지금의 추세라면 무명에 가까운 셋업맨이 ‘국보급 스타’의 기록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있다. 전승남의 성적은 8일 현재 15경기에 나와 3승2세이브. 그의 한자이름(全勝男)을 빗대‘전부 승리하는 남자’라는 별명도 얻었다. 평균자책 0으로 이 부문 단독 1위.
전승남은 불운을 딛고 일어난 케이스. 97년 LG에 입단해 이듬해 제2선발로 중용됐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이후에는 2군과 병원을 오가는 시간이 더 많았다. 지난해에도 11경기에 나와 승패 없이 평균자책이 6.35에 이르렀을 정도로 부진했다.
하지만 올해 전승남은 확 달라졌다. 처음에는 그저 운이겠거니 하던 관계자들도 무실점 행진을 계속하며 팀 내 1위인 탈삼진 21개를 기록하자 입이 벌어졌다.
전승남이 변신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속도까지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게 됐기 때문.
전승남은 시속 140㎞의 직구와 110㎞의 싱커가 주무기. 구속차이가 무려 30㎞나 난다.같은 구질의 같은 코스라도 속도를 다르게 던진다.
LG 포수 조인성(28)은 “요즘은 내가 코스를 정하고 구속은 승남형이 알아서 결정하는데 구질이 한번도 같은 적이 없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두뇌피칭으로 타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는 것.
양상문 투수코치도 “정말 변화무쌍하다. 특히 구속의 변화 폭이 워낙 커 타자들의 타이밍을 잘 뺏는게 장점”이라며 즐거워했다.
전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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