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수영장. 수영복 차림으로 어린이들에게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이하 싱크로) 기본동작을 가르치는 두 사람의 얼굴이 낯익다. 바로 이연중 최수지씨(이상 32). 지난 85년 국내 최초의 국가대표 듀엣으로 선발돼 93년까지 태극마크를 달았던 국내 싱크로의 선구자들이다.
이씨는 지금 임신 6개월의 몸. 수영복 위로 부른 배가 드러난다. 또 최씨는 세살짜리 딸을 둔 전업주부. 현역에서 은퇴한 지 10년이나 지난 이들이 왜 다시 물로 돌아왔을까.
“얼마 전 오랜만에 수영대회장에 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싱크로에 출전한 초등학교 선수가 5명밖에 안 되잖아요. 듀엣 종목엔 한 팀만 출전해 그냥 금메달을 가져가더라구요, 글쎄.”
내년은 싱크로가 국내에 도입된 지 20년이 되는 해. 최근 몇몇 국제주니어대회에서 우승도 하고 전국체전에서 정식종목으로 확정됐다는 소식에 마음이 들떴는데 뜻밖의 장면을 본 것. 이래서야 싱크로의 앞날은 보나마나가 아닌가.
이씨와 최씨는 그 자리에서 “우리가 후배들을 맡아 키우자”고 손을 맞잡았다. 우선 수영장을 구하는 것이 급했다. 백방으로 뛰어다닌 끝에 다행히 서울 압구정동 모 실내수영장측이 이들의 열정에 감복했다며 흔쾌히 사용을 허락했다.
이들의 하루 일과는 빡빡하다. 인터넷 카페(http://cafe.daum.net/hyundaisynchro)를 차려놓고 매일 들어오는 문의에 일일이 답을 해준 뒤 낮에는 현장지도에 나선다. 일과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싱크로 지망생을 구하기 위해 자정이 가깝도록 강남 일대 학교와 아파트 단지를 돌며 수강생 모집 포스터를 붙인다.
아파트 단지에 포스터를 붙이려면 부녀회의 허가를 받는 것이 큰 문제. 처음엔 하도 힘들어 그만둘까 생각도 했지만 이젠 웬만큼 면박을 당해도 웃으며 돌아설 만큼 얼굴이 두꺼워졌다.
“중학교 2학년 때 멋모르고 싱크로에 입문했어요, 입문 4년 만에 일본오픈대회에서 국내 싱크로 사상 첫 메달을 따기도 했지만 ‘일찍 배웠으면 더 잘 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이들이 가르치려는 대상은 만6세부터 초등학생까지의 완전초보들이다.
최씨는 이 일을 위해 어린 딸을 아예 친정에 맡겨놓고 다닌다. 배가 부른 이씨는 감기에 걸려 콜록대면서도 한술 더 뜬다. 아무리 몸이 무거워도 출산직전까지 물에 들어가 직접 지도를 강행하겠다는 것.
“외국에서 임산부 코치들이 가르치는 걸 많이 봤어요, 전혀 문제가 없고 오히려 태아에게도 좋다는 연구결과도 있대요.”
이들은 국내 수영장이 싱크로 지망생으로 북적이는 날을 꿈꾼다. 어렸을 때 배워두면 꼭 선수가 되지 않더라도 평생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운동이라는 게 이들의 지론이다.
“싱크로는 음악에 맞춰 하는데다 발레응용동작이 많아서 미적감각을 키울 수 있고요, 물에서 하기 때문에 부상 위험도 없어요. 표현력도 키울 수 있고….”
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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