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테니스]아가시 ‘진땀승’

  • 입력 2003년 5월 30일 00시 18분


서른을 훨씬 넘긴 나이 때문인가. 256명의 남녀 단식 출전 선수 가운데 최고령. 코트를 바꿀 때마다 잠시 벤치에 앉아 있는 그의 지친 표정은 이대로 시간이 멈추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하지만 백전노장 안드레 아가시(33·미국)는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만한 뜨거운 승부욕과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29일 파리 인근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시즌 두 번째 메이저테니스대회 프랑스오픈 남자단식 2회전. 1월 호주오픈에 이어 메이저 2연승을 노리는 2번 시드의 아가시는 크로아티아의 신예인 세계 74위 마리오 안치치(19)에게 3-2(5-7, 1-6, 6-4, 6-2, 7-5)로 역전승했다. 1, 2세트를 먼저 내주며 위기를 맞은 아가시는 3세트를 따내며 제 페이스를 찾았고 특유의 안정된 스트로크를 앞세워 내리 두 세트를 더 잡아 3시간13분의 접전을 마감했다. 아가시가 세트스코어 0-2의 열세를 딛고 승부를 뒤집은 경우는 이 대회에서만 세 번째.

이날 승리로 아가시는 개인 통산 763승을 올려 피트 샘프러스(미국)를 제치고 현역 선수 가운데 최다승 보유자가 됐다. 역대 다승 랭킹에서는 6위. 아가시는 “코트에 선 순간 결코 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승부가 끝날 때까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아가시와 함께 우승후보로 꼽히는 3번 시드의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스페인)는 칠레의 니콜라스 매수에게 기권승을 거뒀다. 지난해 준우승자인 페레로는 세트 스코어 1-0으로 앞선 2세트 3-0 상황에서 매수가 발목 부상으로 경기를 포기해 42분 만에 가볍게 2회전을 통과했다.

여자단식에선 지난달 하와이에서 결혼식을 올린 린제이 데이븐포트(미국)가 우즈베키스탄의 이로다 툴야가노바를 2-0(7-5, 6-1)으로 제치고 3회전에 합류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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