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은 모든 이의 꿈.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자연의 숨소리를 듣다보면 각박한 삶에도 절로 여유가 생긴다.
국내에서도 개봉된 미국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은 인간과 자연의 합일(合一)을 보여준다. 아름다운 몬타나 협곡을 배경으로 아버지에게서 배운 낚시를 통해 인생의 아름다움과 슬픔,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가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수작이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게 바로 플라이낚시(Flyfishing). 요즘에는 국내에도 동호인이 많이 늘었다.
● 플라이낚시란?
플라이낚시는 진짜 미끼를 사용하지 않는 점이 특색. 파리나 하루살이, 그리고 물속에 사는 수서 곤충의 모양을 한 인조미끼를 쓰기 때문에 물을 오염시키지 않는 자연친화적 낚시다.
플라이낚시의 기원은 BC 2세기의 마케도니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때부터 어부들이 송어를 잡기 위해 깃털을 곤충 모양으로 만들어 낚시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라이낚시가 본격적으로 개발된 곳은 영국. 플라이낚시에 대한 책만 5000권이 넘게 발행됐을 정도로 성행하고 있다. 인조미끼의 재료로는 예전에는 새의 깃털 등이 사용됐으나 최근에는 실, 금속실, 양모, 인조사를 비롯한 다양한 재료가 동원된다. 플라이낚시를 하려면 낚시대(로드)와 릴, 라인, 그리고 인조미끼가 기본 품목.
플라이낚시를 하다보면 생물 전문가나 자연 보호주의자가 된다. 물고기의 생리와 그 지역의 자연적 생태를 잘 알아야 낚시를 할 수 있기 때문. 어종에 따라. 그리고 계절과 지역에 따라 물고기가 좋아하는 먹이가 다르고 그때그때 맞는 인조미끼를 만들어 써야 하기에 이를 연구하고 이해하다 보면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다.
● 준비는 어떻게 하나
플라이낚시는 준비해야 할 장비도 많고 캐스팅(낚시줄 던지기) 방법도 여러 가지여서 배우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일단 낚시대와 릴, 라인 그리고 인조미끼 등 기본 장비만 갖추면 시작할 수 있다.
플라이낚시 전문가들은 먼저 입문서를 구해 읽어보거나 인터넷을 통해 플라이낚시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춘 뒤 낚시터로 떠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장비는 초보자일 경우 비싼 것보다는 실용적인 제품 위주로 고르고 부수 장비는 낚시 경험을 쌓으면서 하나씩 준비하는 게 좋다.
플라이낚시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캐스팅. 허공에 라인(낚시줄)이 펼쳐지는 모습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캐스팅은 물고기가 있음직한 포인트에 정확하게 미끼를 던져넣는 기술로 야구에서 투수가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꽂아 넣는 것처럼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캐스팅 기술은 열심히 이곳저곳 찾아다니며 시행착오를 거쳐 스스로 익혀야 하는 것으로 나중에는 검도나 다도처럼 도(道)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고 말한다.
캐스팅 기술이 늘고 플라잉낚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뒤에는 각종 인조미끼를 스스로 만드는 타잉(미끼 만들기) 기술도 익힐 필요가 있다.
● 어디서 무슨 고기를 잡을까
플라이낚시는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할 수 있지만 ‘자연과 호흡한다’는 플라이낚시의 진정한 의미에서 본다면 깊은 계곡이 주요 낚시터. 강원도 인제의 내린천 덕풍계곡 등 전국 주요 계곡 어디에서나 플라이낚시를 할 수 있다.
플라이낚시 최고 대상어는 심산유곡에서만 서식하는 산천어, 갈겨니, 송어 등. 끄리, 메기, 강준치, 배스 등도 대상어로 꼽힌다. 열목어나 쳔연기념물 금강모치는 특정야생동물이므로 잡히더라도 바로 놓아주어야 한다.
● 이것만은 지키자
플라이낚시는 자연보호를 제1원칙으로 삼는다. 이에 따라 공해가 전혀 없는 인조미끼를 쓰고 잡은 고기는 놓아주는 ‘캐치 앤 릴리스’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플라이낚시꾼이라면 우선 붐비는 곳을 피해야 한다. 목적한 장소에서 먼저 낚시하는 사람이 있으면 조용히 양보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앞쪽으로 가서 무리하게 캐스팅하거나 무분별한 끼어들기 등도 금지 사항. 쓰레기 담배꽁초 등을 버리지 않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이다.
큰소리로 떠들어서도 안된다. ‘캐치 앤 릴리스’를 한다고 무조건 물고기를 많이 낚아서도 안된다.
플라이낚시는 물속에 들어가서 하기 때문에 미끄럼 방지용 장화 등 안전 용구를 확실하게 갖춰야 한다. 계곡물이 급속하게 불어나는 장마철에는 특별히 주의를 해야 한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최소비용으로 플라잉낚시 시작하기 (제품가격은 최저가 기준) | |||
품목 | 내용 | 가격 | |
① | 낚시대 | 배스,저수지용-6호대/끄리-4∼5호대/산천어,열목어-2∼4호대 | 3만원 |
② | 플라이 릴 | 낚시줄을 감아주는 기능 외에 낚시대의 무게중심을 유지하는 기능이 내장되어 있는 제품 | 3만원 |
③ | 플라이 라인 | 적게는 1년, 3∼4년 쓰는 소모품. | 7만원 |
④ | 플라이라인 드레싱액 | 플라이라인의 수명을 길게 해주고 캐스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함. | 8000원 |
⑤ | 미끼와 미끼통 | 대상 어종에 따라 다양한 미끼가 있음. 미끼통은 작은 투명 플라스틱 상자면 충분함. | 미끼=개당 3000원, 미끼통=1만원 |
⑥ | 뜰채 | 그물이 촘촘해 물고기가 잘 안빠지는 것이 좋음. | 2만원 |
▼플라이낚시대 명인 이익주씨…전통 대나무로 제작가볍고 손맛도 일품
“바이올린에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있다면, 플라이낚시에는 대나무 낚시대가 있다.”
미국이나 영국 등 플라이낚시가 성행하는 나라에서는 플라이낚시를 단순히 레포츠가 아니라 예술로까지 생각한다. 때문에 플라이낚시 장비에도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이 수두룩하다.
한국에도 대나무로 플라이낚시 장비를 만들어 명품 수준으로 끌어올린 명인이 있다. 바로 이익주씨(40·사진)다.
이씨는 경기도 이천시에서 플라이낚시용품 생산업체인 레녹(lenok)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나오는 제품은 대나무 낚시대와 견지대, 뜰채, 미끼통 등.
대나무 플라이낚시대는 5년간의 연구 끝에 지난해 나왔는데 모두 이씨가 직접 손으로 제작하는 것. 최고급 제품은 130만원대에 이른다. 대나무를 쪼개 붙인 이 낚시대는 가볍고 내구성이 좋은데다 손맛이 일반 낚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생생해 명품 반열에 올랐다.
컴퓨터 업체에서 잘나가던 이씨가 회사를 나와 낚시대 제작에 매달린 것은 98년부터. 업무차 외국 출장을 갔다가 TV에 방영된 플라이낚시의 매력에 끌려 마니아가 된 뒤 직장까지 때려치우고 플라이낚시와 낚시대 제작에 매달렸다. 회사 이름 레녹도 열목어의 학술명.
플라이낚시에 빠져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이씨는 “15년 넘은 낚시 경험을 토대로 대나무 낚시대를 개발했다. 주문을 받아 수작업으로만 제작하기 때문에 비싸다”며 “외국에 고가로 수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주소는 www.lenok.co.kr.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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