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아가시-모야도 ‘무덤’에 눕다

  • 입력 2003년 6월 4일 17시 42분


백전노장 안드레 아가시(33·미국)마저 무너졌다. 그것도 다름 아닌 자신을 우상으로 삼았던 20대 초반의 풋내기에게 발목이 잡혔다.

4일 파리 롤랑가로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오픈테니스대회 남자단식 8강전. 1999년 챔피언으로 2번 시드인 아가시는 세계 7위 길레르모 코리아(21)에게 1-3(6-4, 3-6, 2-6, 4-6)으로 역전패했다. 3년 연속 8강전 탈락.

코리아가 4세 때인 86년 프로에 뛰어든 뒤 이날 통산 999번째 경기에 나섰던 아가시는 이로써 올 호주오픈 우승에 이은 메이저 대회 2연승의 꿈을 접었다.


1m75, 65kg의 평범한 신체조건을 가진 코리아는 파워는 떨어졌지만 빠른 발과 악착같은 수비로 아가시의 다양한 스트로크를 무력화시킨 끝에 마침내 대어를 낚았다. “어릴 때부터 존경했던 아가시를 꺾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더라도 오늘 맛본 기쁨보다 클지 잘 모르겠다.”

경기가 끝난 뒤 이처럼 흥분을 감추지 못한 코리아는 2001년 12월 금지약물 복용 혐의로 출전 금지처분을 받는 아픔을 맛봤다. 무심코 약을 잘 못 먹은 대가는 가혹했다. 7개월 동안 대회에 나설 수 없었고 랭킹 박탈에 10만달러의 상금도 날려버려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겪었다. 하지만 생애 첫 메이저 대회 4강 진출로 아픈 기억을 말끔히 털어냈다.

코리아는 4번 시드 카를로스 모야(스페인)를 3-2로 꺾은 파란의 주인공 마르틴 베르케르크(네덜란드·세계 46위)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여자단식에선 4강 진출자가 모두 가려져 세레나 윌리엄스(미국)-쥐스틴 에넹, 킴 클리스터스(이상 벨기에)-나디아 페트로바(러시아)가 준결승에서 각각 맞붙는다. 5연속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노리는 세레나는 8강전에서 홈 코트의 아멜리 모레스모(5번 시드)를 2-0으로 완파해 메이저 대회 33연승을 질주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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