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장보윤양(24)과 결혼식을 올린 축구스타 이영표(26·PSV 아인트호벤). 8일 열린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으로 신혼여행도 못 떠난 그를 결혼식장인 서울 서빙고동 온누리교회와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를 오가며 만났다. ○깨물어 주고 싶은 신부
“예뻐요. 게다가 착하고 순수해요….”
신부에 대해 얘기해달라고 하자 이영표는 수줍어하며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신앙에 대한 믿음이 강해 배울 점도 많고 절 잘 인도해줘요.” 이영표는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이영표의 신방은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 있는 20평형 아파트. 그동안 이영표는 이곳에서 혼자 외롭게 살아왔다.
“초콜릿 하나 음료수 하나를 사더라도 낯설었어요. 익숙해질수록 더 어색한 게 외국생활입니다.”
팀 후배 박지성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외로움을 달랬지만 한계가 있었다. ‘훈련과 경기가 끝나면 집으로 달려가는’ 네덜란드식 개인주의 탓에 다른 선수들과 쉽게 어울릴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이젠 하루종일 성경책을 읽거나 컴퓨터 게임만을 하지 않아도 된다. 아침엔 집에서 빵, 점심땐 팀에서 스파게티를 먹고 저녁은 어머니와 함께 사는 지성이 집에서 때우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이영표는 예쁜 신부와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축구인생’에 가슴이 설렌다.
○약속의 땅 네덜란드
“빅리그 진출요? 그런 생각 아직 안 해 봤어요. 유럽에 진출한 것 자체만으로 만족합니다. 유럽 생활에 실패했어도 만족했을 겁니다. 너무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잉글랜드 등 ‘축구의 엘도라도’에서 뛰고 싶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다. 네덜란드지만 꿈에 그리던 유럽에 진출해 너무 기쁘고, 새로운 것을 직접 체험하며 배우는 게 너무 재미있단다.
“아인트호벤 선수들의 90%가 각국 국가대표선수입니다. 빅리그 선수들에 못지않은 실력을 가지고 있죠. 지금 너무 많이 배우고 있고 앞으로도 배울 것입니다. 내가 이곳에서 계속 성장하고 있는 것에 만족합니다.”
유럽선수들은 기술이나 전술이 뛰어난 게 아니라 ‘경기하는 법’을 안다.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언제나 창의적인 플레이를 펼치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플레이를 감독이 비판하면 맞서 설전을 벌이는 모습도 한국에서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분위기. 유럽이 축구의 나라가 될 수 있었던 데는 이런 자유스러운 분위기가 큰 몫을 했으리란 느낌을 받았다.
○‘영원한 스승’ 히딩크
“지금껏 하던 대로만 하면 된다.”
이영표가 올초 아인트호벤에 처음 갔을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은 이 한마디만 했단다. 이 말에 더욱 힘을 얻었다. 사실 감독까지 ‘이것은 이렇게, 저것은 저렇게’하며 사사건건 스트레스를 줬다면 더욱 고달픈 생활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아주 편하게 대해주십니다. 월드컵 땐 단시간에 전력을 극대화해야 했기 때문에 스트레스와 부담감이 심해 보였어요. 겉으론 강해보였지만 느낌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러나 팀에선 언제나 여유있는 모습입니다.”
히딩크 감독도 술 담배를 전혀 안하고 축구에 도움이 안 되는 일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는 이영표가 맘에 들긴 마찬가지.
“감독님의 지도를 받는 것만으로 축구의 모든 것을 배우고 있어요.”
▽이영표는 누구?
○생년월일:1977년 4월23일 ○신체조건:1m76, 66kg
○출신교 및 소속팀:안양초→안양중→안양공고→건국대→프로축구 안양 LG→PSV 아인트호벤
○포지션:수비형 미드필더, 수비수
○국가대표 첫 출전=1999년 6월 12일 코리아컵 멕시코전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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