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거미손’ 칸 “승부중압감 더 못견디겠다”은퇴시사

  • 입력 2003년 6월 8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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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월드컵 영웅이자 독일축구대표팀 수문장인 올리버 칸(33·바이에른 뮌헨.사진)이 은퇴 의사를 내비쳤다. 승부의 세계가 주는 스트레스를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칸은 8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차이퉁’지와의 회견에서 “나는 정신적, 도덕적으로 팬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래서 은퇴를 고려 중이다”라고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이제 자기 절제와 훈련, 야망, 성공, 타이틀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고 싶다”고 밝혔다.

칸은 한일월드컵에서 철벽수비로 독일을 준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 골키퍼상인 ‘야신상’을 받은 스타. 독일 국민은 월드컵이 끝난 뒤 그에게 ‘킹 칸’이라는 칭호를 선사했다.

그러나 칸은 “나는 국민이 붙여준 칭호처럼 살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사실 월드컵 뒤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의 조명을 받은 칸은 혼외정사는 물론 하루에 3번이나 속도위반 딱지를 떼이는 등 돌출적인 사생활로 구설수에 올랐다. 근엄하게까지 보이는 그의 얼굴과는 딴판이었다.

칸은 “월드컵 준우승으로 나는 축구선수로서 목표를 잃었다. 스포츠에서 원하는 것을 모두 이뤘다는 것은 운동선수에게 가장 위험한 일”이라고 털어놨다. 칸은 올해 소속팀이 분데스리가 2년 연속 정상에 오르고 독일컵도 차지했지만 크게 기쁘지 않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라운드에서 자기편을 밀치는가 하면 상대의 귀를 무는 등 과격한 행동까지 불사할 만큼 승부에 애착이 강했던 칸. 그러기에 그의 갑작스러운 은퇴 의사 표명은 팬들에게 더욱 충격적이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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