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가 선수생명의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이젠 잘 던지고 못 던지고가 아니라 선수생활을 계속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됐다. 그는 8일 몬트리올 엑스포스전에서 2이닝 4실점 후 오른쪽 옆구리와 허리통증을 호소, 41일만의 메이저리그 복귀등판 하루 만에 다시 15일짜리 부상자 리스트에 올랐다. 팀내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박찬호의 문제는 무엇일까? 또 재기는 가능할까?
▲아! 허리,허리,허리….
2001시즌. LA다저스 시절 박찬호는 5월5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0-0인 7회 무사 1,2루에서 초구 '슬러브'를 던진 뒤 갑자기 허리통증을 호소해 강판됐다. 당시 다저스의 스탠 존스턴 수석트레이너는 "박찬호는 선천적으로 척추가 아래로 휘어있어 종종 허리통증을 유발하곤 한다. 단순한 허리경련"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하지만 이후 박찬호는 2001시즌 내내 허리 때문에 고생했다. '우물가의 아이'처럼 그런 박찬호를 지켜보는 팬들의 가슴도 조마조마했다. 2001년이 끝나면 박찬호는 자유계약선수(FA)로 '대박'을 터뜨릴 수 있었다. 허리에 '흠집'이 있다는 게 밝혀지면 초고액 다년계약체결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박찬호는 나가서 던지고 또 던졌다. 이때 무리한 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찬호는 몸도 딱딱한데다 허리와 하체를 많이 이용해 공을 뿌리는 스타일이라 허리에 무리가 많이 간다. 2001시즌 전에도 98년 4월8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 이후 허리통증으로 한동안 침술과 부황치료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박찬호는 텍사스 입단 뒤 줄곧 "허리는 문제없다"고 말했다. 이는 허리가 아픈데도 이를 속이고 장기계약을 맺었다는 도덕적인 비난을 염려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먹튀? 왕따?
박찬호를 더 괴롭히고 있는 것은 사실 허리보다 정신적인 부담감이다. 그는 텍사스와 5년간 6500만달러(약 780억원)에 장기계약했다. 올해 연봉만 1200만달러(약 144억원)에 달하는 특급선수. 하지만 텍사스 입단 첫해인 지난해 박찬호는 아메리칸리그 선발투수 가운데 가장 나쁜 평균자책(5.75)을 기록했고 올해 역시 단 1승(3패)에 평균자책이 7.58에 달한다.
댈러스 현지 언론은 '박찬호와의 계약이 댈러스 지역 프로구단 역사상 최악의 딜'이라고 혹평하고 있다.
동료들과의 사이도 원만하지 못하다. '몸값'을 못한다는 죄책감에 동료들 보기가 민망한 것은 당연한 일. 벅 쇼월터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역시 그동안의 실망감 때문에 이제 박찬호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가 됐다. 댈러스 모닝뉴스는 최근 '거액의 연봉을 받고 있는 박찬호가 마이너리그에 내려가 있는 사이 동료들에게 밥 한번 안 샀다'며 세세한 부분까지 꼬집었다. 팀에서 설 자리가 없고 자신감은 땅에 떨어져 있다.
▲그래도 다시 일어선다
부상자 명단에 다시 오른 박찬호는 "다시 준비해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엔 컴백기간이 한두달이 아니라 1년이상이 걸릴 지도 모른다. 허구연 MBC해설위원은 "차라리 잘 됐다"고 말한다. 허위원은 "단기적인 처방으론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본인도 알았을 거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정상적인 몸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이 기회에 허리를 완전히 치료하고 빠른 볼을 던질 수 있는 근육과 근력을 회복시켜 돌아오면 재기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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