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프로야구는 감독을 정점으로 뜻을 같이 하는 코치들이 집단을 이뤄 몰려다녔다. ‘점령군’이라는 부정적 용어가 생긴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수뇌부가 눈빛만으로도 호흡이 착착 맞아야 한다는 점에서 나쁘다고만 할 일은 아니다.
김성근 전 LG감독 같은 이는 아예 ‘사단’을 거느렸다. 강병철 전 SK 감독과 이충순 코치, 쌍방울 시절의 김인식 두산 감독과 김윤겸 코치는 소문난 단짝이었다.
그러나 그 좋던 관계에 균열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 최근 일어난 삼성의 예를 보자.
겉으로 드러난 진행 과정은 실업 한일은행 시절 사제지간을 거쳐 해태와 삼성까지 20년간 한솥밥을 먹은 김응룡 감독과 유남호 수석코치가 등을 돌렸다는 것.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심각하기 짝이 없다. 만고불변으로 보였던 김 감독의 카리스마에 어느새 커다란 구멍이 생긴 것이다.
텃세가 심하기로 소문난 대구지만 2년 전 사상 최고대우와 함께 무혈 입성한 김 감독은 지난해 삼성의 한국시리즈 21년 한을 풀 때까지만 해도 지도자로서 최고의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불과 몇 달이 지난 현재 그가 처한 상황은 상전벽해를 연상케 한다.
감독과 코치의 대화는 단절됐다. 코치들은 감독 방을 나오는 기자에게 그의 기분과 근황을 들을 정도가 됐고 감독은 밑에서 올라오는 여론을 수렴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제 삼성에서도 우승했으니 그만 은퇴하시는 게 어떨지”라는 말까지 흘리고 있다고 한다. 선수들 사이에도 김 감독의 지도력에 대해 의심을 품는 이가 생겨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지금 상황은 한 해가 멀다하고 감독을 바꿨던 삼성의 지난날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한국시리즈 2연패에 도전한다는 삼성이 아닌가. 다시 파워게임에 중독된 집단으로 돌아갈 경우 한 가지는 분명해진다. ‘내일’이 없다는 사실이다.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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