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투표 결과를 받아든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의 안색이 돌변했다. ‘어라, 이게 아닌데’ 하는 표정. 순간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곧 이어 “잘츠부르크가 탈락했다”는 로게 위원장의 발표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로게 위원장의 어두운 표정은 평창보다 지명도에서 앞선 잘츠부르크가 최소표를 기록, 결선 투표 진출이 좌절된 데 대한 놀라움의 표시로만 알았다.
계속해서 2차 투표가 실시됐고 평창유치위 관계자를 비롯해 강원도에서 날아온 1200여 서포터스들은 호텔 로비를 입추의 여지없이 메운 채 손에 땀을 쥐며 최종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불과 40분 남짓한 기다림이었지만 이들에겐 길고도 긴 시간이었다.
3일 0시40분 로게 위원장이 “밴쿠버가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2년여에 걸친 노력이 원점으로 되돌아가버린 상황. 하지만 분위기는 그리 어둡지 않았다. 옹기종기 모여선 평창 관계자들은 2등으로 선전한 것으로도 2014년 대회 유치를 위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며 서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로부터 다시 20여분 후. 1차와 2차 투표의 득표수가 발표되자 장내는 뒤집어졌다. 1차 투표의 1위는 뜻밖에도 평창으로 과반수에 불과 3표 모자란 51표를 얻어 밴쿠버(40표)와 잘츠부르크(16표)를 압도했던 것. 로게 위원장의 낯빛이 변했던 것은 바로 그래서였다.
그러나 평창은 2차투표에선 53표로 2표밖에 늘리지 못한 반면 밴쿠버는 무려 16표를 보태 과반수보다 2표가 많은 56표를 획득했다.
2차투표에서 잘츠부르크 지지표가 대부분 밴쿠버로 쏠린 것은 2012년 하계올림픽 유치 경쟁과 맞물린 유럽세의 작전. 대륙별 순환 원칙에 따라 2010년 동계올림픽이 북미대륙에서 열리면 2012년 하계올림픽은 다른 대륙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
현재 2012년 하계올림픽은 북미대륙에선 뉴욕이, 유럽에선 런던 파리 마드리드 모스크바 등이 유치를 선언한 상태. 동계올림픽을 북미대륙에 넘겨주는 대신 2년 뒤 하계올림픽을 가져가겠다는 것이 유럽의 복안이었고 결국 평창은 그 와중에 희생양이 됐던 것.
그러나 투표에선 졌지만 이날의 진정한 승자는 평창이었다. 한때 실망에 잠겼던 유치 관계자와 서포터스들은 로비에서 ‘대∼한민국’과 ‘예∼스 평창’을 연호하며 차기 대회 유치를 향한 열망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렸다. 밴쿠버 서포터스들도 일사불란한 응원전을 펼친 코리아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프라하=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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