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 뛰고 있는 정선민(29·시애틀 스톰·사진)의 목소리는 의외로 밝았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미국 무대에 진출한 지 한달. 부푼 희망을 품고 떠났지만 현실은 냉정하기만 했다.
정규리그 전반기를 마친 8일 현재 팀이 치른 15경기 가운데 8경기에 식스맨으로 겨우 출전, 평균 7.5분을 뛰며 1.3점에 0.9리바운드. 한국농구를 주름잡던 그로서는 결코 받아들이기 힘든 성적표. “선수라면 누구나 더 뛰고 싶은 것 아닙니까. 저 역시 불만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럼 무엇이 문제였을까.
“미국에 와보니 공격 보다는 철저한 수비위주 농구였습니다. 달라진 환경이 아직은 몸에 덜 익숙한 듯 합니다.”
변화된 플레이 스타일에 대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정선민은 “팀이 치열한 순위경쟁을 하고 있어 출전기회가 더욱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승패에 민감한 상황이라 경험이 풍부한 기존 선수를 우선 기용하고 있다는 것.
그래도 정선민은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들과 어울리다 보니 새롭게 농구에 눈을 뜨는 것 같다. 늘 관중으로 꽉 차는 체육관과 권위 있는 심판들을 보면 부러웠다”고 말했다.
이방인으로서 겪는 어려움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용병에게 VIP대접을 해주는 반면 이곳에서는 알아서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바람 한번 쐬고 싶어도 차가 없어 꼼짝 할 수 없어요.한국 선수들이 뛰는 야구 구경도 가고 싶은데….” 그러다보니 혼자 쓰는 숙소 아파트 방에서 인터넷으로 한국 소식을 접하고 음악 듣는 게 유일한 즐거움이라고.
올스타브레이크를 맞아 시애틀에서 쉬고 있는 정선민은 16일부터 시즌 후반기를 시작한다. “어떤 목표보다도 다만 1,2분을 뛰더라도 제가 맡은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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