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백전노장 김도훈(33·성남 일화). ‘토종킬러의 자존심’으로 불릴 정도로 김도훈 하면 ‘골’이 떠오른다. 그만큼 골잡이로 손색없는 활약을 펼쳐왔다. 2000시즌 정규리그에서 12골로 득점왕(시즌 15골)에 올랐고 2001년 아디다스컵에서 7골로 득점왕(시즌 15골)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올해 그에겐 ‘승리 도우미’란 별명이 또 하나 붙었다. 6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 상무전에서 데니스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해 7개의 도움으로 이천수(6개·울산 현대)를 따돌리고 단독선두.
“제 포지션은 엄연히 스트라이커입니다. 그러나 나 말고도 골을 넣을 선수가 많아 어시스트 기회가 생기는 것 뿐이에요.”
김도훈이 말했듯 성남엔 유고용병 샤샤, 러시아용병 데니스, ‘날쌘돌이’ 김대의 등 든든한 골잡이들이 많다. 아무리 그래도 골잡이가 어시스트를 한다는 것은 ‘큰 맘’ 먹지 않곤 힘들다. 차경복 성남 감독은 “도훈이가 마음을 많이 비웠다. 과거와는 달리 꼭 골을 넣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 느낀다. 어시스트도 골과 같은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안 것 같다”고 평가.
그만큼 달라졌다. 문전에서 어떡하든 골을 넣으려는 모습이 사라졌다. 슈팅까지 날려야 직성이 풀리던 과거와 달리 여의치 않으면 다시 볼을 뒤로 돌리는 등 여유가 있다.
김도훈은 “욕심을 부린다고 골을 터뜨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보다 좋은 지점에 있는 선수에게 볼을 패스하고 그게 골로 연결됐을 때 느끼는 기분도 아주 좋아요”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킬러 본능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다. 결정적인 찬스에서 9골을 잡아내 득점랭킹에서도 4위를 달리고 있다. 이 같은 기세라면 골과 도움 등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김도훈은 “득점왕이나 도움왕 보다는 팀이 정규리그에서 우승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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