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거인병 투병 김영희씨 경기기술위원으로 정든 코트 복귀

  • 입력 2003년 7월 10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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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외로워서 죽으려고 했지만, 나를 위해 애써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고 다시 살아보려고 합니다.”

역대 국내여자농구 최장신 센터였던 김영희(40·2m2·사진)씨가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03여자프로농구 개막식에 모습을 나타냈다. 한국여자농구연맹 경기기술위원의 자격, 심판판정과 경기운영의 문제점을 분석하는 역할이다.

81년 한국화장품에 입단한 김씨는 83년 농구대잔치에서 1경기 60득점을 넣는 괴력을 발휘했고 그해 득점상 리바운드상 자유투상 인기상 최우수선수상 등 5개상을 휩쓸며 80년대 국내 여자농구에서 ‘무적의 센터’로 군림했다. 그러나 그는 87년 팀훈련 도중 갑자기 쓰러졌다. 진단 결과 성장 호르몬이 너무 많이 분비되는 ‘거인병’. 이 때문에 뇌에 커다란 혹이 생겼고 수술 끝에 혹을 제거했지만 은퇴식도 못한 채 코트를 떠나야했다.

이후 김씨는 한국화장품대리점, 정수기다단계 판매사원 등을 하며 지냈으나 몸이 불편해 곧 그만두고는 했다. 몸이 너무 크다보니 관절이 아프기 일쑤였고 숨이 찼다. 더욱 견디기 힘든 일은 주변에서 자신을 ‘괴물’취급하는 것이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98년과 2000년 잇달아 돌아가신 뒤에는 저도 같이 죽으려고 1년간 식사도 거의 안했어요. 남동생의 간곡한 설득 때문에 다시 살기로 했지요.”

지난해 완치된 줄 알았던 ‘거인병’이 다시 도졌다. 거기에 ‘말단비대증’까지 겹쳐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8평짜리 단칸방에서 한 달 체육연금 20만원으로 생활하는 김씨는 주사1대만 100만원이 넘는 엄청난 치료비를 도저히 댈 수 없었다.

“지금 혼자인데 이런 불행이 닥치면 어떻게 하느냐는 생각에 하루종일 울었어요. 너무 막막했어요.” 그는 울면서 부천성가병원을 찾아갔고 고맙게도 병원측은 무료치료를 약속했다.

“지독히도 외롭고 힘들었는데 뜻밖에도 세상은 아직 따뜻하더라구요. 그래서 살만한 거 같아요. 사람들이 저를 위해준 것처럼 저도 세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요.”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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