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더라”]축구 감독과 선수 아버지의 대결?

  • 입력 2003년 8월 1일 21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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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모 유명대학 축구부 감독과 그 대학 축구선수의 아버지가 ‘선수죽이기’와 ‘대가성 금품수수’등에 관해 서로 상반된 주장을 펼치며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모 대학 축구선수의 아버지 A씨의 주장은 이렇다. 이 대학 B감독이 한때 유망주로 평가받던 자신의 아들을 형편없는 선수로 매도하더니 2002년 8월 연습경기 도중 구타를 한 후 팀에서 내쫓아 버렸다. 이에 타 대학 편입을 요구했으나 감독의 비협조로 실패했다. 7개월을 허송세월한 아들에게 올해 3월 B감독이 갑자기 팀복귀를 통보했다. 그리고 며칠 후 B감독은 돈을 요구했다. A씨는 당시 실직상태였으나 아들의 인생이 걸린 문제였기에 이를 거절할 수 없어 돈을 주었다.

하지만 B감독은 전혀 상반된 주장을 했다.

다음은 B감독의 주장을 정리한 것.

2002년 여름, A씨 아들의 훈련태도가 불성실해 조금 심하게 야단을 친 며칠후 A씨가 아들을 타 대학으로 편입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이적할 팀을 찾아봤으나 그 선수를 원하는 팀이 나타나지 않아 실업팀 등에 까지 영입의사를 타진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그러다 얼마 후 A씨는 “다시 OO대 선수로 뛸수 있도록 해달라” 간청하며 돈을 건네주려 했다. 그러나 이를 거절했다. 하지만 A씨는 B감독 대신 코치에게 반강제로 돈봉투를 안겨줬다. 나중에 이 사실을 보고받은 B감독은 수차례 돈을 돌려주려 했으나 A씨가 받기를 거부해 아직 돌려주지 못했다.

B감독은 A씨를 사이버 수사대에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이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A씨가 지난 7월 28일 모 대학 홈페이지 게시판과 몇몇 축구 관련 홈페이지 게시판에 ‘OO대학교 축구부 감독의 비리를 고발합니다!!!’란 제목의 글을 게재하면서 부터.

A씨가 쓴 문제의 글을 조금 더 살펴보자.

“올 5월 OO대 축구부 2·3학년생의 숙소 무단이탈사건 등 일련의 사태로 자신의 입지가 불안해진 B감독이 내 아들의 복귀 대가로 받은 돈을 돌려주려 했으나 받지 않았다. B감독이 받은 돈 중 내가 준 돈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되며 편견과 독선에 쌓인 B감독 밑에서 도대체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아들은 아예 선수생활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B감독의 비리를 고발하고 자진퇴진을 요구한다”

이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각종 축구관련 사이트에 이글을 퍼뜨려 이른바 ‘OO대 축구부 감독 고발사건’은 온라인 상에서 핫이슈로 부각됐다.

B감독은 자신을 비판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잇따르는 등 사태가 확산되자 지난달 29일 대한축구협회에 A씨의 주장에 반발하는 글을 보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축구협 게시판에 올려진 B감독의 반론 내용을 살펴보자.

“A씨 아들이 훈련내용을 잘 소화하지 못해 조금 심하게 야단을 쳤다. 다음날 이 선수가 막무가내로 축구를 그만 두겠다고 했다. 선수와 부모에게 “그 정도의 문제로 선수생활 그만두면 대한민국에 축구선수 할 사람 아무도 없다”고 설득했지만 통하지 않아 좀 쉬고 있으라고 했다.

며칠후 A씨가 아들을 다른팀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해 알아봤으나 받아 주는데가 없었다. 다행이 받겠다는 곳이 나타났지만 A씨가 그 대학은 보내지 않겠다고 하는 등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난데 없이 A씨가 “감독이 우리 아들 앞길을 막았다”며 나를 험담 하기 시작했다. 그 며칠 뒤 A씨가 찾아와 돈을 건네며 “다시 00대 선수로 뛸수 있도록 해달라”고 사정했지만 받지 않고 돌려 보냈다.

올해 지방에서 대회를 치르는 중에 A씨가 다시 찾아와 아들이 선수로 뛸수 있는 기회를 달라며 돈봉투를 내밀어 자리를 피했는데 나 모르게 코치에게 돈이 건네졌고 수차례 돌려 주려 했으나 A씨가 받지 않았다.

그러다 또 다른 지방대회때였다. 그 선수는 계속 OO대 선수로 등록이 돼있던 상태였지만 몇달동안 훈련 제대로 못하고 경기 못뛴 선수를 중요한 대회에 그냥 출전시킬수는 없어 경기에 출전시키지는 않았던 것인데 선수와 부모가 와서는 “더 이상 비젼이 없어 운동안한다.”고 말하고 가버렸다. 그리고 끝났는데 이번에 인터넷에 부모가 그런 글을 올린 것이다."

그는 이어 “자기가 먼저 돈으로 사람 매수하려고 하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여론의 도마에 올려 나를 생매장하자는 의도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를 방치할 수 없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고 아울러 선수 부모를 사이버 수사대에 고발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과연 누구의 말이 진실이고 누가 거짓말을 하는 걸까. 양측의 정확한 입장과 현재 심정을 알아보기 위해 B감독과 A씨와의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먼저 B감독. 그는 "답답하다"는 첫마디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B감독은 “코치로부터 연락을 받고 관련글을 찾아서 읽었다. 너무나 황당하고 기막혀 잠도 오질 않았다. 중학생인 내 아들도 축구선수로 활동중이다. 내 아들이 자라고 성장해 가는 환경하에서 내가 그런 일을 했겠느냐. 게다가 그 선수는 지금도 분명한 OO대 선수로 활동중이다.”라며 A씨의 글 내용을 부인했다.

지난 5월 발생한 2·3학년 학생들의 숙소무단이탈사건에 대해 그는 “그런 일이 기사화된다면 1년내내 기사거리가 생길것이다. 선수출장건에 대해 선수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고 그로인한 크고 작은 마찰은 빈번히 발생하기 마련이며 결국은 곧 잠잠해 지는 일이다. 그 문제를 확대해석해 나의 자질과 연관시켜 언급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첫 관련보도가 나간 모 스포츠신문의 기사내용부터가 잘못됐다. 인터넷에 그런 글이 올라왔다면 적어도 당사자인 나에게 연락해 사실여부를 물어야 하는게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러나 전화 한통 없었다.”고 해당신문의 보도태도를 꼬집기도 했다.

다음은 A씨. 그는 인터넷 상에 올린 고발글은 자신이 직접 작성한 것이라며 B감독의 반론내용에 대해선 “논평할 가치조차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수사를 받아야 한다면 떳떳하게 응할 것”이라며 “OO대 선수들과 B감독과의 불화는 이전부터도 분명 존재했다. 이번 사건은 어쩌면 내 자식만의 문제가 아닌 기존의 문제들까지도 아우르는 차원에서라도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대응해 나갈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 “나는 약자일수 밖에 없다. 한 인간의 인생을 이렇게 망쳐놓은 B감독은 마땅히 자진퇴진 해야 할 것”이란 말을 여러차례 언급하며 “원활한 해결이 나오지 않을 경우 관계당국에 진정서를 제출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양측의 주장이 아주 극명하게 엇갈려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고 종결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 네티즌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인듯 한 네티즌은 “3자대면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닐지 생각되는데… 하여튼 한쪽 말만 믿고 억울한 사람이 욕을 먹거나 나아가서 처벌을 받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사커월드 (http://www.soccer4u.co.kr) 게시판 아이디:Harry-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해 OO대 체육부의 한 관계자는 “일단 사적인 문제이니 만큼 이를 크게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을것 같다. 현재 학교차원의 진상조사나 특별한 조치는 없는걸로 안다.”고 말했다.

고영준 동아닷컴기자 hotba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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