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경기도 구리의 LG챔피언스파크 내 씨름장. ‘영원한 모래판의 황제’ 이만기씨(40·인제대 교수)가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22·LG투자증권)에게 호통을 친다. 83년 프로씨름 출범과 함께 모래판을 호령했던 이 교수가 올 프로씨름 최고의 신인 최홍만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있는 현장이다.
이 교수는 “여름방학 동안 최홍만을 지도해 줄 있느냐”는 차경만 LG투자증권씨름단 감독의 부탁을 받고 지난 4일부터 2주일간 특별 과외를 실시하고 있다. 이 교수는 “2m18, 160kg의 좋은 체격을 갖고 있는 최홍만은 조금만 다듬어주면 최고의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어 특별 지도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인제대 씨름부 감독을 겸임하고 있는 이 교수이지만 프로선수를 본격적으로 지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현역 시절 천하장사 10회, 백두장사 18회, 한라장사 7회 등을 차지하며 ‘황제’로 불린 그가 전수하는 비기는 무엇일까.
이 교수는 “덩치는 크지만 씨름에 필요한 힘을 쓸 수 있는 근력이 발달하지 않은 최홍만에게 기술은 물론 웨이트트레이닝 방법과 음식까지 다양한 것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운동 생리학이 전공인 이 교수는 짧은 기간이지만 최홍만을 모래판의 ‘터미네이터’로 만들기 위해 종합 처방을 내렸다고.
1m82의 이 교수는 씨름선수로는 왜소했지만 2m4, 135kg의 ‘인간 기중기’ 이봉걸을 번쩍 들어 모래판에 쓰러뜨릴 정도로 힘과 기술이 뛰어났다.
4월 진안대회 백두급 우승 이후 2개 대회에서 부진했던 최홍만은 “지금 맞대결을 해도 내가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아직 교수님 씨름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이번에 전수받은 비방을 잘 익혀 나도 씨름황제 소리를 듣겠다”고 다짐했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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