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종합/U대회]아프리카 차드 ‘나홀로 출전’ 지봉 떼기

  • 입력 2003년 8월 24일 18시 05분


“달리는 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24일 오후 땡볕이 내려쬐는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육상 훈련장인 대구체육고. 한국 해병대 운동복을 입고 트랙을 질주하는 흑인선수 하나가 눈에 띈다. 해병대에서 용병이라도 뽑았을까.

이번 대회에 단 한명 밖에 없는 아프리카 차드 대표선수 지봉 떼기(23·사진)가 바로 그 주인공. 27일 육상 800m에 출전하는 그는 운동복이 하나 밖에 없는 ‘단벌 선수’. 대구의 무더위 속에서 오전 훈련으로 땀범벅이 되고나면 오후에는 젖은 옷 말고는 입을 옷이 없다. 결국 이를 보다 못한 그의 통역요원 해병대 양승상병장(24)이 자신의 운동복을 내 줬다.

지봉의 모국 차드는 아프리카 중남부 내륙에 있는 870만명의 인구에 1인당 GDP가 2000달러를 밑도는 가난한 나라. 전국을 통틀어 육상 경기장은 단 한곳뿐.

지봉은 돈이 없어 선수촌 밖으로 쇼핑이나 관광 나갈 엄두를 못낸다. 대신 뷔페식인 선수촌 식당에서 5접시는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운다.

그래도 차드를 대표하고 있다는 그의 자부심만큼은 대단하다. “조국의 명예를 위해 꼭 우승하고 싶다. 주위의 기대가 큰 만큼 실망시키지 않겠다.”

꼬박 이틀이 걸려 한국에 도착한 지봉은 대학 졸업반으로 이번이 마지막 U대회 출전. 2001년 베이징대회 때 아쉽게 4위에 머물러 꼭 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각오다. 그 꿈을 위해 역시 한 켤레 밖에 없는 다 헤어진 스파이크를 신고 하루 4시간씩 훈련에 열중이다.

그는 “차드도 요즘 섭씨 40도 이상 올라가지만 건조해 그리 덥지 않다. 하지만 이곳 대구는 습도가 높아 처음에 적응하는 데 힘들었다”고 말한다. 해외여행은 베이징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나홀로 출전’이라 외롭지 않느냐고 묻자 “선수촌에 같은 아프리카 선수들이 많아 괜찮다”며 고개를 저었다.

대학 1학년 때 육상에 입문 했으며 기록은 1분50초대.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어 졸업 후 외국계 회사 취직이 꿈이다.

대구=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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