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선수단 숙소 담당 류창섭원장 "배탈날까 北생수까지…"

  • 입력 2003년 8월 27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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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심정입니다.”

대구 유니버시아드에 참가한 북측 응원단과 관계자 등 300여명의 숙식을 책임지고 있는 팔공산 대구은행 연수원 류창섭(柳昌燮·49·사진) 원장은 27일 “제발 잘 지내다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며 마음을 졸였다.

“한 달 동안 온갖 준비를 다했는데 서울에서의 시위 때문에 갑자기 안 온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땐 허탈했지요. 다행히 연수원에 무사히 도착해 하루하루 별 탈 없이 지내 마음이 놓였는데 또 사죄를 요구하며 대회 참가 중단을 들먹이는 통에 병이 날 지경입니다.”

류 원장은 26일 북한선수단 전극만 총단장이 “불순분자가 응원단 침실에 침입해 금전과 화투장을 침대 속에 밀어 넣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사죄를 요구한 데 대해 매우 서운해했다.

“황당했죠. 먹고 자고 쉬는 데 불편이 없도록 정말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북한 응원단이 혹시 ‘물갈이’ 때문에 배탈이라도 날까봐 북한에서 나는 신덕산 생수까지 수입해 공급하고 있어요. 동전이나 화투장이 발견된 것은 무슨 위협이 되는 것도 아니고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 아닙니까.”

98년 문을 연 대구은행 연수원은 1만4000여평 규모로 주위 풍광이 뛰어나 개관 이후 기업체 등에서 해마다 3만여명이 연수 장소로 이용하고 있다. 전날 발견된 동전과 화투장 등은 이전에 연수원을 사용했던 사람들 것으로 보인다고 류 원장은 말했다. “까다로우면 어쩌나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응원단이 자유로워 보입니다. 이야기할 기회는 적습니다만 지나칠 때면 ”너무 잘 대해 주신다” “음식이 맛있다” “고맙습니다”하며 인사를 자주 합니다. 대부분의 시민과 국민이 따뜻하게 맞아주고 있는데 지엽적인 일 때문에 응원 일정을 취소하고 저렇게 그냥 있으니 안타깝습니다.” 연수원측은 한 끼에 1만원 정도의 식사를 다양한 메뉴로 제공하고 있다. 1식6찬을 기준으로 더운 날씨를 고려해 시원하고 담백한 음식과 간식을 제공한다. 삼성에버랜드 소속 조리사와 영양사 등 30여명이 응원단의 식사를 맡고 있다. “올여름에는 북측 응원단 때문에 이곳에서 예정된 일반 연수를 대부분 취소했습니다. 21일 아침에 열린 환영식을 보니 역사의 현장 같은 느낌이 들어 뭉클했어요. 대회가 끝날 때까지 응원단이 여기서 편안하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대구=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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