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롯데 ‘부산출신 사령탑의 힘’

꼴찌 롯데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 바뀐 건 단 하나, 사령탑밖에 없다. 그런데 감독교체 이후 9승12패다. 2할 승률 팀의 면모가 아니다. 지난달 31일엔 ‘천적’ 삼성과의 연속경기를 모두 이겼다.

사실 백인천 감독이 8월6일 중도 해임되고 김용철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았을 때만 해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사람 좋기로 소문난 김 대행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던 것. 호남(好男) 스타일에 비해 주머니가 작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렇다면 뭐가 달라졌을까. 백 감독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그동안 롯데에는 불신 풍조가 만연했다. 감독은 선수를 믿지 못했고 선수는 감독의 지도력을 의심했다. 그러나 맏형 이미지의 김 대행이 맡으면서 이런 병폐만큼은 사라졌다. 선수들과 호흡이 맞는 연고지 출신의 선배 지도자가 필요한 이유다.

말이 나왔으니 롯데 구단의 오랜 단점 중 하나였던 연고지 스타에 대한 홀대와 관리 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구도(球都)’ 부산을 연고지로 하는 롯데는 실업 시절은 물론 프로 출범 후에도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원년 스타라면 지금은 감독이 되고도 남을 연배. 하지만 이중 사령탑에 앉았던 이는 김용희가 유일하다.

롯데는 그동안 사람을 가렸다. ‘구단주가 졸업한 고교 출신은 우대를 받고 아니면 차별을 받는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또 비록 ‘성골(聖骨)’일지라도 구단의 의사에 반하는 선수는 가차 없이 퇴출당했다. 80년대 말 선수회를 주도했던 최동원이 대표적인 경우.

이러다 보니 50년대에 태어난 선수가 롯데에 남아 지도자까지 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김 대행도 삼성과 현대를 거쳐 지난해 백 감독의 부름을 받고서야 비로소 롯데에 입성할 수 있었다.

이런 롯데에 희망이 있다면 60년대 초에 태어난 40대 초반의 젊고 유능한 지도자가 프로와 아마에서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 이런 의미에서 롯데는 과도기다. 이제 이들 ‘486세대’가 롯데를 이끌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 김 대행을 비롯한 롯데의 ‘과도정부’가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