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지옥의 레이스”…이봉주 아테네마라톤코스 답사

  • 입력 2003년 9월 3일 18시 17분


“상상도 못할 오르막과 더운 날씨. 한마디로 지옥의 코스입니다.”

내년 아테네올림픽 마라톤 코스를 돌아본 ‘봉달이’ 이봉주(33·사진)와 오인환 감독(42·이상 삼성전자)은 “자칫하면 완주도 못할 수 있는 역대 올림픽 최대 난코스”라고 입을 보았다.

2003파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마치고 그리스 아테네로 이동해 3일 ‘마라톤의 전설’이 어린 42.195km의 답사를 마친 이봉주는 “아테네 병사 페이디피데스가 이 길을 뛴 후 죽었다는 게 실감이 날 정도다”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번 코스는 아테네올림픽조직위가 1896년 제1회 근대올림픽 이후 108년 만에 다시 개최하는 올림픽을 기념해 만든 특별작. 기원전 490년 페르시아군을 격파한 아테네군의 승전보를 알린 뒤 쓰러진 페이디피데스가 뛰었던 길을 고스란히 재현해낸 코스다. 그래서 ‘클래식(고전) 코스’로 불리는 이 코스는 편도코스로 마라톤 평야에 위치한 마라토나 시를 출발해 제1회 올림픽이 열린 아테네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에 골인한다.

코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표고차는 무려 200m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권장하는 42.1m이내를 5배 가까이 초과한다. 작은 산 하나를 넘는다는 게 정확한 표현. 어려웠다는 파리세계선수권대회 코스의 표고차도 25m였다.

출발과 함께 완만한 내리막이 이어지다 ‘마라톤전사들의 무덤’을 돌아나온 직후인 6.5km 지점부터 시작되는 오르막은 크고 작은 언덕을 포함해 32km 지점(해발 250m)까지 계속된다. 특히 20∼32km의 12km구간은 단 한 번의 내리막도 없는 ‘죽음의 오르막길’로 최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날씨도 올림픽 마라톤 사상 가장 무더울 전망. 답사를 한 이날 저녁 기온이 섭씨 37도에 습도 75%의 ‘찜통’ 더위였다. 따라서 이봉주는 남은 기간 동안 지옥의 오르막과 더위라는 두 가지 난제를 풀어야 한다.

오인환 감독은 “예상보다 너무 어려운 코스다. 2시간13분대 이내의 기록은 힘들다. 하지만 한국선수가 전통적으로 무더위와 난코스에 강한 점을 고려하면 이봉주에게 불리하지만은 않다”고 분석했다.

아테네올림픽 남자마라톤은 현지시간으로 올림픽 폐막일인 2004년 8월29일 오후 6시(한국시간 29일 밤 12시)에 시작된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