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에냉 올 메이저 2관왕

  • 입력 2003년 9월 8일 06시 51분


어떤 어려움도 우승을 향한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7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메이저 테니스대회 US오픈 여자단식 결승. 2번 시드의 쥐스틴 에냉(21·벨기에)은 경기 당일 새벽에야 겨우 눈을 붙였다. 전날 밤 제니퍼 캐프리아티(미국)와의 준결승에서 3시간이 넘는 사투를 벌인 뒤 다리 근육 경련과 탈수 증세로 링거 주사까지 맞아야 했던 것.

출전조차 힘겨워 보였던 에냉은 그러나 결승전이 시작되자 언제 아팠냐는 듯 주무기인 강력한 백핸드 스트로크를 앞세워 같은 벨기에의 세계 1위 킴 클리스터스(20)를 2-0(7-5, 6-1)으로 완파했다. 에냉은 “믿을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이기기 위해 코트에 나섰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에냉은 올 프랑스오픈에 이어 통산 두 번째 메이저 우승컵을 안으며 100만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13세 때 어머니를 장암으로 잃은 에냉은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서 어렵게 성장한 반면 클리스터스는 축구 스타 출신 아버지와 올림픽 체조 대표를 지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스포츠 2세. 기량이야 둘 다 세계 정상급이지만 승부 근성만큼은 에냉이 클리스터스보다 한 수 위였던 것. 이로써 에냉은 어릴 적부터 라이벌이었던 클리스터스에게 메이저 결승에서 2전 전승을 거뒀다. 애인인 남자 테니스 선수 레이튼 휴이트(호주)의 응원을 받은 클리스터스는 에냉보다 두 배나 많은 40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남자단식에선 톱시드 안드레 아가시(미국)를 제치는 파란을 일으킨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스페인)와 앤디 로딕(미국)이 8일 결승에서 맞붙는다. 페레로는 이번 결승 진출로 세계 1위 등극을 확정지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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