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프로야구 선수들 “조상님 용서해주세요

올해도 ‘어김없이’ 민족의 명절인 추석이 찾아왔다. 굳이 ‘어김없이’를 강조한 이유는 추석이라고 해봐야 가족 친지와의 단란한 시간은 물론 성묘 한번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프로야구 관련 종사자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추석연휴 때 경기를 거른 날이 단 한번도 없다. 연휴를 즐기는 야구팬을 위한 서비스인 동시에 6개월여에 걸친 페넌트레이스 대장정을 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프로야구선수협의회가 맹활약 중이지만 추석 경기에 대한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이런 의미에서 프로야구 선수와 관계자는 조상님 앞에선 천하에 둘도 없는 ‘불효자식’인 셈이다.

어디 이뿐이랴. 프로야구 선수들은 추석연휴 때면 경기장 이동시 교통체증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려야 한다. 올해는 11일 광주 3연전을 마치고 귀경하는 두산과 대구에서 대전으로 돌아오는 한화, 잠실에서 대전으로 내려가는 LG가 고속도로에서 금쪽같은 시간을 낭비해야 한다. 이동일이 13일로 잡힌 삼성 기아 롯데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래도 요즘은 버스전용차로라도 있으니 예전에 비하면 상황은 나은 편이다.

그러고 보니 프로야구 선수들에겐 설날도 ‘남의 나라’ 얘기다. 설날이 낀 2월은 이들에겐 연봉 지급이 시작되는 참가활동 기간. 선수들은 이때 대부분 타국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구슬땀을 흘려야 한다.

기아 박재홍이 생일인 7일 홈런을 쳤다든가 삼성 진갑용이 득남을 한 5일 아내에게 바치는 안타를 쳤다는 기사엔 한결같이 프로야구 선수의 애환이 담겨 있다.

현대판 장돌뱅이에 비유되는 프로야구 선수. 누가 뭐래도 이들이야 말로 팬들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