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킹’ 이승엽(27·삼성)의 아시아 홈런 신기록 경신이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대구 현지의 분위기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 16일 두산과의 홈경기에선 기자석을 꽉 메운 취재진의 열기와는 달리 겨우 4571명의 관중이 입장, 올해 대구의 평균 관중(5195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렇게 생각해서일까. 이승엽이 타석에 서도 “홈런” 함성보다 양준혁을 향해 외치는 “위풍당당” 구령이 더 크게 들린다.
이승엽도 상당히 민감해져 있다. 16일에는 4번의 타격기회 중 한번도 외야로 공을 날리지 못했다. 최근 4경기 연속 무 홈런에 14타수 2안타(타율 0.143)의 빈타. 나중에 샤워를 먼저 했다고 해명하긴 했지만 경기 직후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한동안 응하지 않았다. 삼성 구단은 이승엽이 타격 연습을 할 때는 취재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삼성구단은 “대기록을 앞두고 있어 취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아직 신기록까지 3개가 남아 있어 관중이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구구장의 지금 모습은 54홈런을 날리며 ‘이승엽 신드롬’이란 신조어를 낳았던 99년과는 대조적. 당시 대구구장은 이승엽이 42호를 날린 8월초부터 연일 만원 행진을 벌이며 ‘이승엽 특수’를 누렸다. 관계자들은 올해 이승엽 열기가 예상외로 저조한 원인을 대구 지역의 잇따른 참사와 태풍 피해, 어려운 경제 등 사회적 요인에서 찾고 있다.
대구=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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