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스포츠 전문 일간지인 ‘아스’는 재간둥이 이천수(22·레알 소시에다드)의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을 이렇게 표현했다. 스피드와 공격력을 갖춘 이천수의 측면돌파에 그리스 올림피아코스팀의 축이 무너졌다는 평가였다.
18일 레알 소시에다드의 홈구장인 스페인 산 세바스티안 아노에타스타디움에서 열린 2003∼2004유럽챔피언스리그축구대회 본선(32강) D조 레알 소시에다드-올림피아코스의 1차전.
후반 16분 이천수가 바르케로와 교체 투입돼 왼쪽 날개로 나서자 관중석에서는 “야”하는 함성과 함께 열렬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챔피언스리그 본선 무대에 첫 등장하는 이천수에게 거는 팬들의 기대는 그만큼 컸다.
이천수와 발 빠른 스트라이커 니하트가 동시에 투입되면서 경기의 흐름이 확 바뀌었다. 100m를 11초대에 주파하는 이천수가 왼쪽 측면을 질풍처럼 파고들자 단단하던 올림피아코스의 수비벽에 균열이 생겼다.
후반 28분 이천수가 왼쪽 측면을 돌파한 뒤 오른쪽의 니하트에게 패스, 득점 찬스를 만들어준 것을 신호탄으로 레알 소시에다드의 공격이 활기를 띠었다.
후반 33분 코바세비치가 올림피아코스 문전에서 상대 수비수 발에 걸려 넘어지며 얻어낸 페널티킥을 차 넣어 승리를 확정지었다. 레알 소시에다드의 1-0 승리. 82년 이후 21년 만에 챔피언스리그에 오른 레알 소시에다드로서는 참으로 오랜만에 맛본 승리였다.
이천수는 “꼭 골을 넣고 싶었는데 아쉽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 뛴 것은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천수는 22일 스페인리그 레알 사라고사와의 홈경기, 29일 아틀레틱 빌바오와의 원정경기를 마친 후 다음달 1일 갈라타사라이(터키)와 챔피언스리그 두 번째 경기에 출전할 전망.
이날 설기현(벨기에 안데를레흐트), 박지성 이영표(이상 네덜란드 아인트호벤)도 나란히 챔피언스리그 본선 무대를 밟았지만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했다.
거스 히딩크 전 한국월드컵대표팀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C조의 아인트호벤은 홈에서 열린 모나코(프랑스)전에서 1-2로 패했다. 박지성과 이영표는 90분간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설기현이 풀타임을 소화한 안데를레흐트도 올림피크 리옹(프랑스)과의 A조 원정경기에서 전반 26분 주니뉴에게 페널티킥 결승골을 내줘 0-1로 졌다.
지난 대회 준우승팀인 D조의 유벤투스(이탈리아)는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와 페라라의 연속골로 갈라타사라이를 2-1로 제압했다.
마드리드(스페인)=변혜정통신원 JACGAR@telefonica.net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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