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마라톤 2시간 벽 깬다

  • 입력 2003년 10월 1일 17시 50분


고지대훈련은 마라토너의 심폐기능을 향상시켜 최대산소섭취량을 높여준다. 사진은 ‘봉달이’ 이봉주가 심폐기능을 테스트 받고 있는 모습 - 동아일보 자료사진
고지대훈련은 마라토너의 심폐기능을 향상시켜 최대산소섭취량을 높여준다. 사진은 ‘봉달이’ 이봉주가 심폐기능을 테스트 받고 있는 모습 - 동아일보 자료사진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케냐의 폴 터갓(34)이 지난달 28일 베를린마라톤에서 2시간4분55초의 경이적인 세계 최고기록으로 우승했다. 스포츠 과학자들은 이런 추세라면 2시간 벽이 깨지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스포츠과학의 눈부신 발달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 게다가 경쟁적인 ‘쉬운 코스’ 개발과 마라톤신발 등 장비의 과학화도 기록단축에 한몫을 하고 있다.

2시간대 진입을 꿈꾸는 ‘마라톤 과학’은 어디까지 왔을까.

▽인간의 생리적 기능 극대화=첫째, 고지대훈련으로 심폐기능을 향상시켜 최대산소섭취량을 높인다. 세계 톱클래스 선수들은 산소가 희박한 해발 2000m 안팎의 고지대훈련을 통해 산소를 운반하는 혈액내 헤모글로빈을 증가시키는 훈련을 한다. 최근엔 저지대에서도 ‘고지대훈련 효과’를 볼 수 있는 장비까지 나오고 있다.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케냐의 폴 터갓(34)이 지난달 28일 베를린마라톤에서 2시간4분55초의 경이적인 세계 최고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둘째, 인터벌 훈련으로 무산소성역치(피로물질인 젖산축적 시기)를 향상시킨다. 젖산은 피로를 느끼게 하는 물질. 따라서 젖산의 축적 시간을 늦추는 것은 기록단축과 직결된다.

1952년 헬싱키올림픽에서 에밀 자토펙(체코)이 5000m 1만m, 마라톤을 우승하면서 알려진 인터벌트레이닝이 가장 효과적이다. 인터벌훈련이란 일정한 거리를 일정한 시간 안에 반복해서 완주하고 반복 완주 사이엔 불완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을 말한다.

셋째, 식이요법으로 근육 내 글리코겐의 저장량을 늘린다. 식이요법이란 일정기간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고기 등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한 뒤 다시 일정기간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하면 근육 내 글리코겐이 많이 축적되는 것을 말한다.

▽장비의 과학화=마라톤화는 역학과 생리학 등 모든 과학이 동원된 스포츠 과학의 결정체. 쿠션성(충격흡수), 그립성(바닥의 좌우 앞뒤 미세한 접힘성), 통기성, 굴곡성(발의 움직임에 따른 전체 굴곡 정도), 안정성, 경량성, 내구성, 피트성(발과 맞는 정도) 등 8가지 원칙에 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 신발 소재의 발달과 개인 특성에 따른 기능 개선이 눈부시다. 15m 높이에서 20mm두께 위에 계란을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는 충격 흡수력이 뛰어난 소재(∂ 젤)가 개발됐을 정도. 뜨겁거나 춥거나 비가 오는 날씨에 맞는 바닥, 신발 내의 온도 변화에 따른 열 발산, 땀 흡수력을 증가시키는 면 소재도 나왔다. 선수 개인의 족형을 직접 떠서 신발을 만들기도 한다.

▽고속도로 같이 평탄하고 쉬운 코스 개발= 인간 능력과 스포츠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해결되지 않는 게 있다. 바로 코스와 날씨. 굴곡이 많은 코스라면 좋은 기록은 어렵다. 최근 런던이나 베를린, 시카고, 로테르담 등 표고 차 20m 미만의 평탄한 코스에서 세계 최고기록이 쏟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요즘 마라톤 대회마다 경쟁적으로 ‘좀더 쉬운 코스’개발에 매달리고 있어 조만간 출발선부터 결승선까지 계속 내리막만으로 된 코스가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마라톤화 삼국지…나이키 아식스 코오롱 장외대결

‘마라톤 레이스보다 더 뜨거운 ‘마라톤화 개발 전쟁’

폴 터갓이 ‘마의 2시간5분벽’을 깰 때 신은 신발은 나이키가 최근 개발한 ‘에어 줌 카타나2.’ 이 신발은 가볍고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 최악의 노면상태에서도 미끄러지지 않는 특수소재를 사용했고 유독 발 폭이 좁은 터갓 만을 위한 ‘맞춤 신발’이다.

4월 열린 런던마라톤 여자부에서 2시간15분25초의 세계최고 기록을 세운 폴라 래드클리프(영국)도 나이키의 ’에어 스트릭 스펙트럼 플러스 2‘를 신었다.

아식스는 2001년 9월30일 베를린마라톤에서 일본의 영웅 다카하시 나오코에게 ‘이지 오더’란 맞춤형 마라톤화를 신게 해 여자부 세계 최고기록(2시간19분46초)을 작성하는데 일조를 했다. 아식스는 지난해 아시아경기대회에선 ‘남북 봉봉남매’ 이봉주 함봉실에게 ‘맞춤 마라톤화’를 만들어줘 동반우승을 이끌어냈다.

아식스는 61년 마이니치 벳푸마라톤에 출전한 ‘맨발의 아베베(아베베 비킬라·에티오피아)’에게 신발을 신기는 기막힌 착안을 했다. 이 착안은 아베베가 우승하는 바람에 히트를 쳤다.

국내 업체중에선 코오롱의 액티브가 선전하고 있다. 한때 마라톤화 생산을 중단했던 코오롱은 지난해 다시 개발에 착수, 소속팀 선수인 지영준에게 ‘카오스 4’를 신겨 2003동아서울국제마라톤에 내보냈다. 지영준은 이 대회에서 2시간8분43초로 준우승.

현재 국내 마라톤화 시장에선 아식스가 전체의 50%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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