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최강 삼성 ‘예고된 침몰’…감독-선수 ‘용병술’ 갈등

  • 입력 2003년 10월 5일 19시 14분


프로야구 ‘최강 삼성’의 침몰은 예고된 ‘인재(人災)’였다.

삼성은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 선발 라인업 전원이 대표 급이라는 대구 경북 지역의 우수한 인적 자원과 최고의 투자가 어우러진 당연한 결과였다. 더욱이 삼성은 2001년 옛 해태의 ‘우승 청부사’ 김응룡 감독과 사상 최장인 5년 계약을 한 끝에 지난해 22년 만에 첫 한국시리즈 우승 감격을 맛보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이것이 삼성의 발목을 죄는 족쇄가 됐다. 김 감독은 사령탑 세대교체의 바람에 맞서 ‘60대 기수론’을 주창하기도 했지만 올해 들어 그가 보여준 지도력과 용병술은 상식 이하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수비수는 단 한번만 실수해도 즉각 교체됐고 투수들은 들쭉날쭉 원칙이 없는 등판에 혼란을 겪었다. 에이스 임창용은 한 순간의 부진을 이유로 난생 처음 2군으로 내려가야 했고 마무리 노장진은 1회부터 몸을 풀어야 했다.

감독과의 대화가 단절된 선수단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시즌 중 일부 코치는 김 감독의 용병술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선수들의 잘못된 스타의식도 삼성 침몰에 한몫을 했다. 4일 1차전에서 포스트시즌 사상 첫 트리플 플레이를 당한 것은 해이해진 선수들의 정신상태를 드러내보인 대목.삼성은 5-6으로 추격한 7회말 무사 1, 3루의 역전 기회를 잡았지만 김한수가 삼진을 당한 순간 ‘런 앤드 히트’ 작전에 따라 2루로 뛰던 양준혁이 런다운에 걸려 아웃됐고 뒤늦게 홈으로 쇄도한 마해영마저 객사해 패배를 자초했다.정규 시즌에서 무려 10승이나 앞섰던 SK에 내리 2패를 당하며 무릎을 꿇은 삼성. 새로운 ‘포스트시즌 징크스’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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