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 영웅들 5㎞ 전우마라톤 완주

  • 입력 2003년 10월 12일 19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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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경기 파주 임진각 일대에서 열린 전우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이희완 대위(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지난해 서해교전 때 두 다리에 부상을 입은 그는 지팡이를 짚은 채 황영조씨(왼쪽)와 서해교전 전우들의 격려를 받으며 달려 5km구간 완주에 성공했다. -파주=뉴시스
12일 경기 파주 임진각 일대에서 열린 전우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이희완 대위(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지난해 서해교전 때 두 다리에 부상을 입은 그는 지팡이를 짚은 채 황영조씨(왼쪽)와 서해교전 전우들의 격려를 받으며 달려 5km구간 완주에 성공했다. -파주=뉴시스
지난해 6월 서해교전 때 다리를 잃은 이희완(李凞玩·27·해사 54기) 대위가 지팡이를 짚고 마라톤에 참가해 강인한 군인정신을 보여줬다. 이 대위는 12일 오전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서 건군 50주년과 한미동맹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국방일보가 주최한 ‘전우 마라톤 대회’ 5km 구간을 1시간6초 만에 완주했다.

서해교전 때의 부상으로 오른쪽 다리는 의족을 착용했고 왼쪽 다리는 관통상을 입어 아직도 완쾌되지 않았지만, 그는 두 달여의 맹훈련 끝에 지팡이를 짚고 대회에 참가했다.

“국민들이 서해교전 희생자들의 넋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뜻에서 참가했습니다. 또 불편한 몸이지만 고난을 이겨낼 수 있다는 도전정신을 키우려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제한시간 1시간반을 목표로 훈련해 온 이 대위는 예상보다 훨씬 빨리 결승선을 통과해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 대위의 완주에는 함께 달린 한국의 마라톤 영웅 황영조씨, 서해교전 당시의 전우 3명이 큰 힘이 됐다. 출발 직전 그는 자신을 알아보고 악수나 사진촬영을 부탁하는 후배 장병과 시민들에게 일일이 응대하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현역 군인이 통상 목에 거는 군번표를 지팡이에 매단 그는 “이제 제 몸의 일부가 되었고 그날의 정신을 잊지 않기 위해 지팡이에 군번표를 달았다”고 설명했다.

완주를 한 이 대위는 “보다 강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철인 3종 경기에도 도전해 보겠다”며 “31분간의 서해교전 당시 목숨을 걸고 국방의 임무를 수행한 대원들의 뜻이 국민의 가슴 속에 영원히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위는 1년여 동안의 투병 끝에 현역 복무 적합 판정을 받아 현재 해군사관학교 해양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이 대위 등 서해교전 영웅들과 주한미군 장병, 아내에게 신장을 이식해 화제를 모았던 김봉춘 육군중령 부부, 현역 장병과 시민 등 6000여명이 참가했다.파주=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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