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 때의 부상으로 오른쪽 다리는 의족을 착용했고 왼쪽 다리는 관통상을 입어 아직도 완쾌되지 않았지만, 그는 두 달여의 맹훈련 끝에 지팡이를 짚고 대회에 참가했다.
“국민들이 서해교전 희생자들의 넋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뜻에서 참가했습니다. 또 불편한 몸이지만 고난을 이겨낼 수 있다는 도전정신을 키우려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제한시간 1시간반을 목표로 훈련해 온 이 대위는 예상보다 훨씬 빨리 결승선을 통과해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 대위의 완주에는 함께 달린 한국의 마라톤 영웅 황영조씨, 서해교전 당시의 전우 3명이 큰 힘이 됐다. 출발 직전 그는 자신을 알아보고 악수나 사진촬영을 부탁하는 후배 장병과 시민들에게 일일이 응대하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현역 군인이 통상 목에 거는 군번표를 지팡이에 매단 그는 “이제 제 몸의 일부가 되었고 그날의 정신을 잊지 않기 위해 지팡이에 군번표를 달았다”고 설명했다.
완주를 한 이 대위는 “보다 강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철인 3종 경기에도 도전해 보겠다”며 “31분간의 서해교전 당시 목숨을 걸고 국방의 임무를 수행한 대원들의 뜻이 국민의 가슴 속에 영원히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위는 1년여 동안의 투병 끝에 현역 복무 적합 판정을 받아 현재 해군사관학교 해양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이 대위 등 서해교전 영웅들과 주한미군 장병, 아내에게 신장을 이식해 화제를 모았던 김봉춘 육군중령 부부, 현역 장병과 시민 등 6000여명이 참가했다.파주=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