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네덜란드]아인트호벤 집안 호랑이?

  • 입력 2003년 10월 15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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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V 아인트호벤은 또 다시 유럽무대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인가?

아인트호벤은 유럽 프로축구 명문팀들의 경연장인 챔피언스리그에서 2연패를 기록, 사실상 2회전 진출의 꿈이 깨졌다. 아인트호벤은 데보르티보(스페인), 모나코(프랑스), 아테네(그리스) 등 비교적 손쉬운 상대와 같은 C조에 속해 팬들은 물론 선수들도 7년 만의 2라운드 진출을 낙관했다. 그러나 희망은 불과 두 경기 만에 무참히 깨져버렸다.

아인트호벤은 지난 4년 동안 무려 3번이나 네덜란드리그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네덜란드 프로축구를 대표하는 팀이지만 챔피언스리그만 나가면 기를 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로 선수들이 느끼는 엄청난 부담감을 들 수 있다. ‘이번이 2라운드에 갈수 있은 절호의 찬스다’ ‘이번에 못가면 영원히 못 간다’고 외치는 네덜란드 축구팬들의 성화가 도를 넘을 정도이기 때문.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감을 갖고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은 네덜란드리그에서 보여주었던 강인함을 보여주지도 못한 채 상대방을 두려워하며 얼어버린다. 그래서 선수들은 본의 아니게 엉뚱한 플레이로 자멸하기도 한다. 데보르티보와의 경기에서 아인트호벤은 상대팀의 시원찮은 경기 내용에도 불구하고 첫 골은 수비벽을 만들 때 위치를 잘못 잡아 프리킥을 허용했고 두 번째 골은 페널티킥으로 내주는 등 어이없는 실수로 패하고 말았다.

이탈리아나 스페인, 잉글랜드 등의 프로축구 리그에 비해 느슨한 네덜란드리그에서 최강으로 오랫동안 군림해온 탓에 해이해진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도 문제다. 홈 리그에서는 실수를 해도 상대팀의 실력부족으로 위기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정도 실수는 괜찮겠지’하며 건성으로 플레이를 하게 된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아무리 사소한 실수라도 상대팀에게 골을 빼앗긴다.

또 한가지 이유는 아인트호벤 선수들의 실력이 아직은 국제적이지 못하다는 것. 이영표 박지성은 물론 케즈만, 반 봄멜, 롬메달, 로벤, 보겔, 오이어 등 거의 모든 선수들이 각국의 국가대표 출신으로 실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들이 정녕 유럽무대에서 버틸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케즈만은 네덜란드리그 득점왕이지만 국가대표팀간 경기(A매치)에서나 챔피언스리그에서는 골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반봄멜도 네덜란드리그에서는 최고의 미드필더지만 국제경기에선 맥을 못 추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태극전사들 조차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어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이번 챔피언스리그의 아인트호벤 라인업이 지난해와 다른 점이라면 이영표 박지성이 포함됐다는 것인데 이들이 팀을 특별히 강하게 만들어 주지 못했다. 이영표와 박지성이 국제적인 스타로 떠오르려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실력으로 네덜란드리그의 이런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암스테르담(네덜란드)=최삼열 통신원 sammychoi@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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