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츠]“답답한 벽은 싫어, 그래서… 텐트치고 살지”

  • 입력 2003년 10월 21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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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서도 텐트를 치고 사는 박상설씨. 위는 박씨의 집 ‘캠프나비.’ 이원홍기자
집안에서도 텐트를 치고 사는 박상설씨. 위는 박씨의 집 ‘캠프나비.’ 이원홍기자
집에 들어서자 먼저 커다란 텐트가 눈에 들어온다.

캠핑 마니아 박상설씨(76·서울 강서구 등촌동). 그의 집에는 침실과 거실이 따로 없다. 상가건물 3층, 벽 없이 툭 터진 50평 남짓한 실내에는 텐트와 책상 하나 뿐이다. 집 안에서도 늘 텐트 속에서 산다. 텐트 생활이 너무 좋아 부인과도 떨어져 산다. 손님이 오면 텐트 하나를 더 친다.

텐트 생활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 아파트를 팔고 현재의 집으로 옮겼다. 벽에 갇힌 답답한 생활이 싫어서였다.

그러나 그가 텐트에서 사는 데는 보다 깊은 뜻이 있다. 캠핑의 좋은 점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그가 본격적으로 캠핑과 등산을 시작한 것은 16년 전부터. 유명기업체 고위간부 출신인 그는 1987년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반신마비와 어지러움 증에 시달리던 그의 몸이 기적같이 회복된 것은 등산 때문. 미국과 일본의 유명한 병원을 찾아다닌 그는 뇌로 통하는 혈관이 막혔다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들은 그에게 등산을 권유했다. 등산을 하면 혈관이 확장되고 혈액공급이 잘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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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엉덩이에 가마니를 대고 기다시피 산에 올랐다. 3년 만에 병은 기적적으로 회복됐다. 2001년 8월 그의 투병기는 동아일보와 백병원이 실시한 ‘제1회 투병문학상’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요즘도 그의 일과는 산행. 아무리 힘들어도 1년에 60회 이상은 산에 오른다.

그는 등산과 캠핑 전도사를 자처한다. 자신의 소중한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다. 캠핑 동호인모임 등이 있으면 만사 제치고 나가 마이크를 잡는다.

캠핑은 박씨에게 문화 운동이자 인성교육이다. 그는 “캠핑의 협동과정을 통해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루어진다. 또 대자연 속에서 서로를 깊이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박씨는 자신의 집에 ‘캠프 나비(Nabe)’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는 자연(Natural)과 존재(Being)의 합성어. 자연과 더불어 살며 삶의 질을 높이자는 그의 주장을 전파할 ‘베이스 캠프’가 바로 ‘캠프 나비’다. 02-2651-7778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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