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것은 외상이 아니라 내출혈이다. 쿠엘류 감독의 진퇴까지 거론되지만 순서가 바뀌었다. 이러한 상황을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학습을 했던가. 박종환, 차범근, 허정무 감독으로 이어진 ‘감독 흔들기’를 넘어 ‘오대영’ 히딩크 효과를 거침으로써 우리는 승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학습했다. 그러니 새벽의 비보에 대한 책임을 쿠엘류 감독의 진퇴로 국한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
문제는 ‘비전’이다. 패전의 멍에를 진 ‘국내파’에게 과연 ‘대표선수’로서의 비전은 있었는가. 부동의 주전 자리를 확보하고 있는 9인의 ‘해외파’를 대신하여 그들은 일회용으로 소모된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기회 부여’라는 측면도 있지만 감독과 축구협회는 늘 ‘해외파’를 전제하고 대표팀을 운영해왔으며 그나마도 완전하지 않았다.
그리고 쿠엘류 감독. 그의 계약서는 2006년 독일월드컵은 물론 2004년 올림픽과도 관련이 없다. 어지간한 국제 대회로는 성이 차지 않는 우리의 ‘독특한’ 축구 문화에서 쿠엘류는 늘 ‘그저 그런’ 대회에 출전해야 하며 그 승패에 따라 진퇴가 논의되는 불투명성 속에 있다. 그에게도 귀가 있고 눈이 있을 것이다. 어느 네덜란드인 감독의 짙은 그림자를 그도 의식할 것이다. 국내 프로팀과의 관계도 껄끄럽다.
이런 것들은 모두 축구협회의 몫이다. 만약 축구협회가 그를 ‘재신임’한다면 이러한 ‘불투명성’부터 제거해 줘야 한다.
쿠엘류의 몫은 그 다음.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인 쿠엘류가 이제부터는 좀더 냉정하게 백지 상태에서 출발해야 한다. ‘해외파’의 명성이나 노장 선수에 대한 재확인성 배려는 그만해도 좋다. 흙 속의 진주를 찾아 현미경을 들고 샅샅이 훑어야 한다. 당장 내일모레 월드컵을 치르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정윤수·스포츠문화평론가 prag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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