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여왕’ 박세리(CJ)에게는 ‘남성의 벽’도 그리 높지 않았다. 거리는 뒤졌지만 골프는 힘만 갖고 하는 게 아니었다. 그에게는 누구도 갖지 못한 배짱이 있었고 파워를 누를 만한 정교함이 있었다.
23일 경기 용인시 레이크사이드CC 서코스(파72·7052야드)에서 열린 동양화재컵 SBS프로골프최강전 1라운드.
처음으로 성대결에 나선 박세리는 쌀쌀한 날씨와 바람을 뚫고 18홀 내내 밝은 표정 속에 버디 3개와 보기 3개로 이븐파를 쳐 공동 13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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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는 이로써 자신이 목표로 삼았던 컷오프(2라운드까지 공동 60위 이내)를 뛰어 넘어 ‘톱10’ 진입까지 노려 보게 됐다. 박세리가 컷을 통과할 경우 1945년 베이브 자하리아스가 미국PGA 투어 로스앤젤레스오픈에서 예선통과한 이후 58년 만에 성대결사에 새 이정표를 남기게 된다.
박세리와 같은 조로 라운드한 신용진(LG패션)과 양용은(카스코)은 ‘잘해야 본전’이라는 중압감 때문인지 성적이 시원찮았다. 올 시즌 국내 상금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신용진은 이븐파로 체면을 지켰고 지난해 챔피언 양용은은 7오버파로 무너졌다.
올해 들어 박세리에 앞서 성대결에 나섰던 여자선수 4명은 모두 컷을 통과하는 데 실패했다. 거리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 이날 박세리는 장타자로 소문난 신용진 양용은과의 맞대결에서 드라이버샷은 30야드 정도 적게 나갔다. 그러나 그는 정교한 아이언샷으로 흔들림 없이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했다. 파5홀에선 안정된 3온 작전으로 버디를 노렸고 파4홀에선 레귤러온에 실패하더라도 침착한 위기관리능력으로 파를 세이브하는 노련미를 보였다.분홍색 모자와 스웨터 차림을 한 박세리는 2번홀(파4)에서 7m 버디 퍼트를 컵에 떨어뜨리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하지만 3번홀(파3)에서 5번 아이언으로 한 티샷이 맞바람을 받아 온그린에 실패하며 보기를 한 데 이어 연습라운드에서 힘든 홀로 지목했던 4번홀(파4)에서 다시 1타를 잃었다. 세컨드샷이 짧아 벙커에 빠지는 바람에 3온2퍼트로 홀아웃한 것.
그러나 6번홀(파3)에서는 5번 아이언으로 공을 컵 1m에 붙여 두 번째 버디를 잡아 갤러리의 환호를 받았다. 전반을 이븐파로 끝낸 박세리는 후반 들어 13번홀(파4)에서 다시 1타를 줄여 언더파 대열에 합류했으나 내리막 경사의 15번홀(파5)에서 드라이버를 310야드나 때리고도 첫 3퍼트를 하며 보기를 해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올 매경오픈 챔피언 정준(캘러웨이)이 4언더파로 단독선두에 나선 가운데 일몰로 15명이 경기를 끝내지 못했다.
올 시즌 여자선수 성대결 1라운드 성적 (23일 오후 5시) | |||||
선수 | 대회 | 코스 | 파 | 스코어 | 순위 |
박세리 | SBS프로골프 최강전 | 레이크사이드 서코스(파72·7052야드) | 0 | 72타 | 공동 14위 |
로라 데이비스 | 한국오픈 | 우정힐스CC(파72·7042야드) | +6 | 78타 | 공동 87위 |
미셸 위 | 보이시오픈 | 힐크레스트CC(파71·6769야드) | +7 | 78타 | 공동 51위 |
베이밀스오픈 | 와인드블러프CC(파72·7022야드) | +2 | 74타 | 공동 26위 | |
수지 웨일리 | 그레이터 하트포드오픈 | 리버하일TPC(파70·6820야드) | +5 | 75타 | 공동 139위 |
아니카 소렌스탐 | 콜로니얼 | 콜로니얼CC(파70·7080야드) | +1 | 73타 | 공동 73위 |
용인=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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