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날씨 때문에 발목이 잡힌 것은 오히려 SK였다.
SK 용병 에디 디아즈는 남미국가인 베네수엘라 출신. 디아즈는 추위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한다. 22일부터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놀랐는지 디아즈는 5차전을 앞두고 구단에 “꼭 유니폼 속에 입을 수 있는 타이츠를 구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23일 한국시리즈 5차전이 열린 잠실구장. 오후 7시 기온은 10도, 바람은 초속 1.5m로 한기를 느낄 정도로 쌀쌀했다. 수비수들은 연방 손을 ‘호호’ 불었고 몸을 잔뜩 움츠렸다.
그동안 어떤 포지션도 척척 소화해 낸 ‘만능선수’ 디아즈는 이날 전혀 다른 수비수로 변해버렸다. 2루수로 나간 2회 무사 1, 2루에서 현대 브룸바의 땅볼타구를 안타로 만들어 준 게 첫 번째 실수.
두 번째는 더 치명적이었다. 0-2로 뒤진 3회 2사 만루에서 자신의 머리 위로 뜬 브룸바의 타구 수비를 일찌감치 포기해 3타점짜리 3루타로 둔갑시켰다. 우익수 채종범이 깊숙한 수비를 하고 있어서 전력 질주해도 잡기엔 어려운 공이었다. 디아즈는 3루수로 포지션을 바꾼 6회에도 1루에 어이없는 악송구를 했다.
갑자기 닥친 추위가 디아즈와 함께 SK를 침몰시켰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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