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2연승을 거두며 3승 고지(2패)에 선착, 96년 창단 후 3번째 우승을 향한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
23일 잠실구장으로 장소를 옮겨 열린 현대-SK의 한국시리즈 5차전. 98년에 쿨바, 2000년에는 외국인 첫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퀸란이 있었다면 올해 현대에는 브룸바라는 특급 용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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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룸바는 2회 심정수의 볼넷과 이숭용의 안타로 만든 무사 1, 2루에서 오른쪽 적시타를 날려 선제 결승 타점을 올렸고, 정성훈의 3루타로 2-0으로 앞선 3회 2사 만루에선 2루수 키를 살짝 넘기는 행운의 3타점 3루타를 날려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어 브룸바는 SK의 바뀐 투수 김명완의 폭투 때 홈까지 밟았고, 6-1로 앞선 5회에는 1사 1루에서 가운데 안타를 치고 나간 뒤 3루주자 이숭용과의 콤비 주루 플레이로 2루 도루까지 성공시키는 재치를 발휘했다. 현대는 계속된 2사 만루에서 박진만의 오른쪽 적시타로 8-1까지 달아나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4타수 3안타에 4타점 2득점의 맹타를 날린 브룸바는 이로써 시리즈 타율 0.353에 7타점 3득점을 기록, 2승을 기록 중인 정민태와 함께 강력한 MVP 후보로 떠올랐다.
마운드에선 선발 김수경의 역투가 빛났다. 5회 대타 정경배에게 1점 홈런을 맞은 것이 유일한 실점. 8회까지 탈삼진 5개를 곁들이며 2안타 3볼넷 1실점으로 SK 타선을 꽁꽁 묶었다.
반면 돌풍의 SK는 이날 수비에서 무너졌다. 3회 브룸바의 3루타는 2루수 디아즈가 처리했어야 할 타구. 5회 브룸바의 2루 도루도 바뀐 2루수 정경배가 스타트가 늦었던 3루주자 이숭용 대신 브룸바에 집중했더라면 이닝을 끝낼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나마 SK는 9회 1사 1루에서 김기태가 이상열을 상대로 2점 홈런을 터뜨려 완패를 면했다.
한편 3승 고지에 먼저 오른 현대는 우승 확률을 85%로 끌어올렸다. 지난해까지 20차례의 한국시리즈에서 3패를 한 뒤 6, 7차전을 이겨 역전 우승한 경우는 84년 롯데, 95년 OB, 96년 해태의 세 차례뿐이다.
■양팀감독의 말
▽현대 김재박 감독=SK가 큰 경기를 안 해봐서인지 수비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대 실책으로 득점을 많이 했고 운이 따랐다. 선발 김수경이 호투해서 SK 타선이 공략하지 못한 것 같다. 6차전은 SK 선발 채병용의 체인지업에 대비하겠다.
▽SK 조범현 감독=공격, 수비 등 모든 면에서 완전히 졌다. 선수들이 많은 부담을 가졌던 것 같다. 정규시즌에서도 막판에 몰렸을 때 집중력을 발휘한 것처럼 남은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 6차전에서는 총력전을 펼치겠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전 창기자 jeon@donga.com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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