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본보 김영태기자 100Km마라톤 완주기

  • 입력 2003년 10월 28일 18시 09분


26일 새벽5시 서울 양재 문화예술공원. 644명의 100km 울트라 러너들은 길게 심호흡을 한번 내쉬고는 일제히 출발선을 박차고 나갔다.

양재천과 탄천을 거쳐 한강으로 빠져 나갈 때 쯤 아침 해가 붉게 떠올랐다. '저 해가 서산에 질 때야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겠지…'하고 생각하니 막막한 느낌이 밀려왔다.

날이 밝으니 함께 뛰는 주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대부분 40, 50대들. 간혹 70대로 보이는 할아버지와 여성 그리고 일본인들이 눈에 띄었다.

어느새 50km 지점을 통과했다. 평균시속 10km. 발이 무거워 지고 서서히 다리에 통증이 왔다. 65km지점에서 전복죽 세 그릇을 후다닥 해치웠다. 힘이 회복되는 것 같았다. 잠시 스트레칭을 한 후 아픈 다리를 끌고 다시 달렸다. 속도는 뚝 떨어져 시속 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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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m 26초의 스피드로 7시간26분33초 달렸다

78km지점인 여의도로 돌아오니 내가 속한 마라톤클럽 회원들이 “힘내라”며 열렬히 박수를 보냈다. 80km지점을 지나면서부터 팔과 다리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였다. 뛰고는 있지만 먼 곳에서 보면 제자리 뛰기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속도는 시속 6km이하.

욱신거리던 발목 통증이 뼛속 깊은 곳으로 파고들었다. 잠깐씩 걸어도 봤지만 오히려 더 힘들었다. 그러나 포기할 순 없었다. 동네방네 소문도 내고 결승선에선 가족들이 기다릴텐데…. “다시는 이런 미친 짓은 하지 말아야지”라고 수없이 되뇌었다.

마지막 20km를 어떻게 달렸는지 모른다. 잠깐씩 걷다가 주위에 사람이 나타나면 다시 뛰기를 반복했다. 도저히 나타날 것 같지 않던 결승선이 마침내 눈앞에 나타났다. 환희와 감격의 눈물. 결승 테이프를 어떻게 끊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11시간18분29초. 완주자 519명(여성 37명)중 203위. 천근만근 두 다리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은 이내 몽골의 울란바토르 초원마라톤, 고비사막마라톤 그리고 사하라사막 마라톤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yeongt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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