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현 CJ 나인브릿지 우승 양朴은 2위

  • 입력 2003년 11월 2일 16시 38분


신데렐라는 한번 찾아온 행운을 끝까지 놓치지 않았다.

딱 1타차의 불안한 리드.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165야드를 남기고 6번 아이언으로 한 세컨드샷이 "와"하는 갤러리의 함성 속에 핀 왼쪽 1.5m 지점에 붙었다. 가볍게 퍼터를 떠난 공이 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글. 그린 위 소녀는 비로소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두 팔을 번쩍 들었다. 기적 같은 우승 드라마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바로 '무서운 10대' 안시현(19·코오롱)이었다.

2일 제주 클럽나인브릿지(파72)에서 열린 미국LPGA투어 CJ나인브릿지클래식(총상금 125만달러) 최종 3라운드.

올해 국내 여자프로 1부 투어에 뛰어든 새내기 안시현은 이글 1개와 버디 5개에 보기 3개로 4언더파를 쳐 합계 12언더파로 국내외를 통틀어 자신의 정규투어 첫 우승컵을 안았다. 9언더파의 박세리(CJ) 박지은(나이키골프) 박희정(CJ) 로라 데이비스(영국) 같은 강호들을 모두 공동 2위로 밀어낸 누구도 예상 못한 감격스러운 우승이었다. 우승상금은 자신의 통산 상금(1억2000만원)에 두 배 가까운 18만7500달러(2억2000만원).

1950년 출범된 미국 투어에서 안시현 같은 비회원이 우승한 경우는 1994년 고우순이 일본에서 벌어진 토레이 재팬 퀸스컵에서 우승한 뒤 9년 만이며 사상 두 번째.

게다가 사흘 내내 선두를 지킨 안시현의 우승은 보통 우승이 아니었다. 올 시즌 국내 투어 상금 4위에 올라 12위까지 주어진 초청장을 받아 출전해 '꿈의 무대'인 미국 투어를 프로테스트도 거치지 않고 밟게 된 것. 안시현은 이번 우승으로 내년 시즌 미국 투어 컨디셔널 시드 1번 순위를 받아 사실상 전 경기를 출전할 수 있게 된데다 2005시즌 풀시드를 확보해 꿈에 그리던 미국무대를 프로테스트 없이 밟게 됐다.

이날 챔피언조에서 성대결을 벌인 바 있는 박세리, 데이비스와 맞대결을 벌인 안시현은 거침없는 기세로 전반에 2타를 줄이며 순항했다. 하지만 후반 들어 거센 추격을 받았고 16번홀(파4)에선 티샷이 벙커에 빠지면서 3온2퍼트로 보기를 해 10언더파가 되며 1타차까지 바짝 쫓겼다. 그러나 출전 자체가 영광이라던 그에게 두려울 게 없었다.

17번홀(파3)에서 어려운 파세이브에 이어 18번홀 이글 퍼팅으로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지난해 챔피언 박세리는 이날 4타를 줄였으나 안시현의 돌풍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코알라' 박희정(CJ)은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10개 해 코스레코드인 10언더파를 몰아치며 순위를 확 끌어올렸다.

제주=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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