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삼성 좋은선수 많아 가기 싫었죠”…LG화재 이경수

  • 입력 2003년 11월 2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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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이 길었던 만큼 반드시 최고의 선수가 되겠습니다.” 경기 이천시 마장면 LG인화원 뜰에 앉아 활짝 웃고 있는 이경수. 뒤편으로 보이는 나무 계단길이 그를 기다리는 도전처럼 가파르게 보인다. 이천=권주훈기자
“공백이 길었던 만큼 반드시 최고의 선수가 되겠습니다.” 경기 이천시 마장면 LG인화원 뜰에 앉아 활짝 웃고 있는 이경수. 뒤편으로 보이는 나무 계단길이 그를 기다리는 도전처럼 가파르게 보인다. 이천=권주훈기자
대스타의 복귀무대치고는 어처구니없는 완패였다. 그만큼 충격이 컸던 탓일까. 지난달 28일 금호생명컵 2003한국실업배구대제전 결승에서 LG화재가 상무에 0-3으로 완패한 직후 이경수(24·LG화재)를 인터뷰하기 위해 만났을 때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를 찾을 수 없었다.

“힘이 너무 들어가는 바람에 어깨가 경직됐어요. 잔 실수가 제가 생각하기에도 너무 많았으니…. LG화재 유니폼을 입고 첫 대회에서 우승하려고 흥분했던 것 같습니다.”

한양대를 졸업한 2001년 드래프트에 불응하고 자유계약으로 LG화재에 입단했다는 이유로 선수생명이 끝날 뻔했던 ‘거포’ 이경수가 국내 무대에 복귀했다. 국내대회에 출전한 것은 2000년 10월 대학최강전 이후 처음. ‘제2의 강만수’ 이경수의 복귀로 배구판도 활기를 띠고 있다.

이경수는 지난 2년여 동안 자신을 코트의 미아신세로 만든 배구계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올해로 제가 배구를 시작한 지 16년째입니다. 그런데 LG화재 입단이후 저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들은 정말 배구를 시작한 것을 후회스럽게 만들더군요”.

드래프트를 깼다는 이유로 배구협회가 이경수의 선수등록을 거부하자 이경수는 살아 있어도 산 목숨이 아니었다.

“팀에 합류해 동료들과 함께 훈련은 계속했지만 내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정말 막막했고 의욕은 생기지 않은데 시간은 또 왜 그렇게 아까운지….”

거의 1년 가까이 방황하던 이경수에게 2002부산아시아경기대회 국가대표 발탁 소식은 구원의 빛이었다. 금메달을 노리던 배구협회가 대회를 불과 2개월 앞둔 상황에서 논란 끝에 그를 전격적으로 대표팀에 합류시킨 것.

하지만 대표팀 합류는 물론 적응도 쉽지 않았다. 이미 오랜 기간 동안 손발을 맞추고 있던 기존 선수들이 이경수의 합류를 탐탁치 않게 생각했기 때문. 당시 대표선수들은 이경수의 합류 소식이 전해지자 자체 간담회를 가져 반대의견을 모으기도 했을 정도로 분위기는 격앙돼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이경수가 태릉선수촌에 입촌한 뒤에도 한동안 일부 선수들은 말조차 붙이지 않았다.

“놀다가 갑자기 손발을 맞추려니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절 바라보는 주위의 눈길이 곱지 않은데 힘들다고 하소연할 수도 없었고…”.

‘한국 배구를 이끌 희망’에서 한순간에 ‘한국배구를 망친 선수’로 전락한 이경수에게 LG화재 입단이 후회스럽지 않았을까.

“절대 후회 안해요. 좋은 선수들이 많은 삼성화재는 애초부터 생각이 없었어요. 돈 때문은 아니고 제 가량을 마음껏 펼칠 팀을 찾은 것입니다.”

LG화재 입단으로 받은 돈은 얼마나 될까. 이경수는 액수는 한사코 밝히기를 거부하며 “돈 관리는 전적으로 부모님께 맡겼다”고 밝혔다.(이와 관련 LG화재는 최근까지 드래프트 강행을 주장하는 실업구단들에 이경수를 데려가려는 팀은 16억원을 스카우트 비용으로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이경수는 어릴 때부터 빈혈과 위궤양으로 고생할 만큼 유달리 몸이 약했다. 초등학교 3년때 배구를 시작한 것도 건강 때문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배구는 힘들었고 중학교 때는 배구를 그만둔다며 아예 학교를 빠진 날도 부지기수였다. 그럴 때마다 힘이 돼 준 사람이 바로 어머니 김둘연씨(50). 한양여고에서 배구선수로 뛰다 공에 맞아 시력을 잃어 운동을 그만둔 어머니의 지극 정성이 이경수를 한국 최고의 선수로 키워냈다.

“고교 때까지 너무 힘들어 배구를 그만두겠다고 결심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차마 어머니앞에서는 못하겠다고 할 수 없었어요. 덕분에 지금은 배구밖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이 됐지만요.”

올 12월 개막하는 V-투어2004(종전 슈퍼리그)는 이경수가 실력을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 배구팬들의 기대도 남다르다.

“국내무대를 떠나 있었던 것이 아무래도 영향을 미치겠죠. 제 실력이요? 아직 국내에서도 본받을 만한 선수가 끝이 없을 정도예요. 주위 기대는 크고, 걱정입니다.”

이경수는 정말 부담스러운 듯 했다. 하지만 신세대답게 목표의식만은 명확했다.

“열심히 하다보면 어느 순간 최고의 자리에 오르지 않겠어요. 그 순간 미련 없이 은퇴할 생각입니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이경수는 누구

△생년월일=79년 4월27일생

△출신학교=대전 유성초-대전 중앙중-대전 중앙고-한양대

△신체조건=1m97, 90kg

△포지션=레프트

△서전트 점프=60cm

△첫 국가대표 발탁=98년 월드리그부터

△가족관계=이재원(58) 김둘연(50)씨의2남1녀 중 막내

△취미=컴퓨터게임(스타크래프트,리니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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