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낮 12시 일본 삿포로돔구장에서 열리는 아테네올림픽 예선 겸 제22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한국-대만전의 '키워드'는 기동력이다.
대만에는 인조잔디가 없다. 이 때문에 수비수들에게 인조잔디가 깔려 있는 삿포로돔구장에서의 경기는 부담될 수밖에 없다. 대만은 삿포로돔구장에서 적응훈련을 해왔지만 한 박자 빠른 타구 스피드는 내야수들에게 커다란 고민거리다.
대만 투수들의 수비능력도 떨어진다. 대만 전력분석 요원인 주성노 인하대 감독은 "전체적으로 투수들의 타구 처리능력이 좋지 않다. 특히 선발로 예상되는 왕첸민(뉴욕 양키스 마이너리그 더블A)은 번트타구 처리 등에 아주 약하다. 발 빠른 우리 선수들이 기습번트 등으로 내야를 흔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만 마운드엔 왼쪽투수가 없다. 2루 도루가 쉽다는 얘기다.
따라서 올 시즌 도루 1,3위인 이종범(50개)과 김종국(31개·이상 기아), 박한이(도루 17개·삼성) 등 기동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기습번트와 도루로 대만 내야진을 교란시키면 의외로 쉬운 승부가 될 수도 있다.
주 감독은 "대만 선수들은 끈질긴 승부욕이 부족하다. 초반 대량실점을 하면 일찍 경기를 포기하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대만전에 나서는 한국 대표팀의 선발은 '대만킬러' 정민태(현대).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허벅지 부상이 도지는 바람에 고생했지만 5일 대만전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해 왔다. 과감한 몸쪽 공략과 변화구 구사가 승부수.
한국은 정민태 외에도 대만의 아킬레스건인 '잠수함 투수'인 임창용(삼성), 조웅천(SK), 이강철(기아)을 줄줄이 중간계투로 대기시켜 놓고 있다.
그동안 대만은 '한국타도'를 외치며 이번 경기를 기다려 왔다. 한달 넘게 합숙을 했고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며 쿠바월드컵에 참가했던 대표팀을 일본으로 불러들여 세 차례 연습경기로 실전감각을 높였다.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은메달 이후 한번도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해 '한'이 맺힌 대만은 국제대회에서 번번이 자신들의 발목을 잡은 한국을 이번엔 반드시 제물로 삼아보겠다는 각오.
아테네올림픽 티켓의 주인을 가리는 중요한 한판인 한국-대만전. 두 팀 모두 최강전력인 일본이 부담스러운 상대인 점을 감안하면 이 경기는 물러설 수 없는 결승전이나 마찬가지다.
삿포로=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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