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서울시청 축구 눈물의 고별戰

  • 입력 2003년 11월 9일 19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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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란 없다. 반드시 다시 뛰리라. 서울FC 파이팅.’ 텅 빈 스탠드에 덩그러니 걸린 플래카드가 을씨년스럽다. 76년 창단 이후 27년간 아마추어의 강자로 군림해온 서울시청이 해체됐다. 9일 마지막 경기출전에 앞서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서울시청 선수들. 박주일기자
‘해체란 없다. 반드시 다시 뛰리라. 서울FC 파이팅.’ 텅 빈 스탠드에 덩그러니 걸린 플래카드가 을씨년스럽다. 76년 창단 이후 27년간 아마추어의 강자로 군림해온 서울시청이 해체됐다. 9일 마지막 경기출전에 앞서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서울시청 선수들. 박주일기자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11명의 선수들은 고개를 숙이고 그라운드에 털썩 주저앉았다. 벤치의 감독과 코치, 스탠드의 팬들도 아쉬움에 먼 하늘만 바라봤다. 이슬이 맺힌 눈을 보이지 않으려고 고개를 푹 떨어뜨린 선수들도 있었다.

9일 서울 목동운동장에서 열린 K2리그 후반기 마지막 날 경기. 4일 해체 통고라는 ‘날벼락’을 맞은 서울시청이 이천 상무와 고별전을 치렀다. 시청선수들은 온몸을 내던지는 투혼을 보였지만 해체 충격이 너무 컸던지 경기는 잘 풀리지 않았다. 전반 9분 김홍기가 선제골을 잡았지만 내리 4골을 내줘 1-4 패.

76년 창단해 27년 동안 아마축구의 강자로 군림해온 서울시청의 마지막 경기는 초겨울의 쌀쌀한 날씨만큼이나 팬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했다.

‘해체란 없다. 반드시 다시 뛰리라. 서울FC 파이팅.’ 텅 빈 스탠드에 걸린 플래카드 한 장, 그리고 100여명의 팬, 해체 통보를 받은 ‘동병상련’ 서울시청 배구팀 선수들과 감독 등이 목이 터지도록 시청선수들을 응원했다.

최고참 김은석(31)은 “한참 시즌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아무런 예고도 없이 해체를 결정한 것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 도대체 우린 어떻게 살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팀이 다시 소생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스트라이커 김승호(25)는 “솔직히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이려 했는데 져서 아쉽다. 선수들이 나름대로 앞길을 모색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씁쓸히 웃었다.

선수와 감독으로 19년을 서울시청에서 보낸 권오손 감독의 충격은 더 심했다. 권 감독은 “진로를 결정할 틈도 주지 않고 해체 통보를 한 것은 너무 부당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날 광주팀을 이끈 김태완 트레이너는 “명문 팀이 없어져 아쉽다. 끝까지 열심히 뛴 선수들이 정말 아름답다”고 말했다.

권 감독과 선수들은 당분간 잠실숙소에서 합숙훈련을 하면서 ‘팀 해체의 부당성’에 대한 시민 서명운동을 벌일 예정.

한편 상무는 이날 승리로 5승4무로 국민은행과 동률을 이뤘지만 골 득실차에서 앞서 후반기 우승을 차지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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