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한국 여자배구의 ‘지킴이’같은 선수. 지난해 부산아시아경기에서 한국의 준우승을 이끈 최광희는 동갑내기 장소연과 강혜미(이상 현대건설)가 대표팀에서 은퇴한 뒤 홀로 대표팀을 지키며 올 8월 그랑프리대회에서 러시아를 꺾는 선봉장으로 활약했다. 묵직하게 내리 꽂히는 레프트 강타는 알면서도 당할 만큼 위력적.
최광희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것은 95년. 지난해부터는 대표팀 경기에 단 한번도 빼놓지 않고 붙박이로 출전하고 있다.
그런 최광희에게 이번 월드컵만큼 힘든 적은 없었다. 올해로 9년째 국가대표로 뛰며 숱한 국제경기를 치렀지만 이번 대회처럼 연패를 밥 먹듯이 한 적은 없었다. 이번 대회 직전까지 열린 한국실업대제전 출전으로 대표선수들이 손발 한번 맞추지 못해 조직력이 엉망이었기 때문.
“선수 대부분이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뛰고 있어요. 체력이 뒷받침돼야 정신력도 살아날 수 있는데…. 그래도 어이없는 패배로 상처입는 일은 없도록 하자고 서로 격려합니다.”
최광희에 대한 김철용 감독의 신뢰는 거의 절대적이다. “최광희를 빼놓고는 경기를 치를 수 없다”는 것이 김 감독의 말. 현 대표팀에서 공격력은 물론 수비력까지 최상급이어서 이번 대회 8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번도 벤치에서 쉬지 못했다. 현재 경희대교육대학원에서 체육교육을 전공하며 국내 최초의 여자 실업팀 감독을 꿈꾸는 최광희의 목표는 두 번 출전해 모두 실패한 올림픽 메달 획득. 이를 위해서는 올림픽 출전권을 따는 것이 급선무. 이번 대회 3위까지 주어지는 직행 티켓은 이미 물 건너갔지만 최광희는 꿈을 버리지 않는다. “위기에 강한 게 한국 여자들 아닌가요. 내년 5월 올림픽 최종 예선에서는 반드시 좋은 성적으로 출전권을 따낼 겁니다.”
도야마(일본)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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